0.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서울극장 2관 상층에서 보기도 했고, 초강력 감기로 지끈지끈 맹맹한 상태로 관람해서 그런지 유독 몰입이 잘 안됐다. 몇 번 큰 웃음 터지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는 확실히 내가 덜 터졌던 것 같고,,, 아무튼 이런 컨디션 탓에 남들보다 영화평이 박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다.
1. 영화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애초에 왜 시체를 훔치게 됐는지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는 거다. 그들이 스티브 정에게 접근할 유일한 루트가 시체였다는 걸 감안하면 아주 넌센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확 그럴듯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암만 재벌 회장 시체라고 한들 죽은 사람을 몇 억씩 주고 찾을 거라 생각했다는 것도 좀 무리수다 싶고, 게다가 신고도 안하고 조용히&순순히 그 돈을 줄 거라고 여기는 것도 무리수. 물론 영화속에선 이 작전이 통할 거라고 믿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요부분이 내가 보기엔 너무 막 갖다 붙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2. 하지만 일단 시체를 훔친 다음부터는 영화 자체에 속도가 붙어서 개연성 따지고 볼 새가 없어졌다. 꼬이고 또 꼬이는 그 상황을 쫓아가면서 정신없이 웃기만 했지.ㅋ 이 끝없이 꼬이기만 하는 상황이 어찌보면 허무맹랑할 수도 있지만, 그 황당함을 조금 묵인하고 본다면 대체로 빵 빵 터지는 잼있는 영화인 것 같다.
3. 이 영화의 재미는 개성있고 매력있는 캐릭터에서 30%, 웃기고 맛깔나는 대사에서 40%, 다른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황당하고 코믹하게 얽히는 상황에서 30% 정도 유발된다. 상황적인 재미가 더 큰 비중을 차지했더라면 영화의 전체 재미도 증가했을 텐데 개그 대사나 개그 캐릭터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사실 영화의 내용만 보자면 이 꼬이는 상황이 80% 이상이다. 그닥 어렵지 않을 줄 알았던 작전이 재수가 없어서 꼬이고, 타이밍이 한 박자 어긋나서 꼬이고, 오전의 친구가 오후엔 적이 되서 꼬이고, 계속해서 꼬이고... 이 꼬이는 과정과 꼬인 걸 푸는 과정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치밀함이나 정교함 면에서 다소 부족하다보니 이 꼬인 상황에서 유발되는 재미는 30% 정도에 불과했다.
4. 그래도 구색을 잘 갖춘 3명의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이 있었다. 브레인+행동파+또라이 라는 구성도 괜찮고, 어울림도 좋은 편이다. 이범수는 평범한 듯하면서 꼼꼼하고 철저한 연구원 역에 딱 이었고, 김옥빈도 정말 김옥빈 아니면 이 역할 누가 맡을까 싶게 잘 어울렸다. 아, 류승범은 또라이 같은 면이 너무 부각되어 좀 튄다는 느낌이 있었다. 초.큼 부담스럽기도 하고? ㅎㅎㅎ
5. 캐릭터나 스토리 모두 인상만 좀 쎄보이지 사실은 순한 편이다. 배신을 하긴 하지만 배신의 이유가 많이 야비하지는(?) 않고, 철저하게 막되먹거나 악랄한 놈도 없다. 류승범만 봐도, 끊임없이 뻥은 치는데 어딘지 좀 빙구 같아서 별로 밉상은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마무리도 범죄사기극 치고는 상당히 건전하다. 류승범을 팽 해버릴 기회가 몇 번 있었음에도 끝까지 끼고 가는 점도 그렇고, 본의 아니게 사회적으로 좋은 일 하게 되는 것도 그렇고, 수익배분도 그렇고... 너무 좋게 좋게만 끝냈다는 느낌이 조금 있다. 좀 더 독하게 나왔어도 괜찮을 뻔 했는데, 범죄극 치고는 너무 순하고 훈훈한 것 아닌가 싶었다.
6. 오션스 일레븐과 전개가 약간 비슷하다. 특히, 작전이 다 끝난 뒤에 '사실은 이래이래 된거였지롱~' 하고 전말을 보여주는 방식이. 처음부터 워낙에 이범수를 계획적인 캐릭터로 묘사해놔서 '사실은 플랜B가 있었지롱~~' 하는 것이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 문제는 이 플랜B의 참신함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거다. 무릎을 탁 칠 정도의 기상천외한 계획이 숨겨져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7. 전반적으로 재미있다. 심각하지 않고 가볍다는 점은 이 영화의 큰 장점이다. 깐깐하게 보면 허술한 곳이 군데군데 보이는 영화지만, 마음 풀고 편안하게 보면 2시간 동안 키득키득 깔깔대며 양껏 웃다 올 수 있다.
8. 최고 명대사 : 김옥빈의 "나는 ○○○○○ 다."
여기서 진짜 빵 터졌다. 지금도 다시 생각하면 웃길 정도.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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