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
풀옵션 화려하게 겉치장한 "티코"에 탑승한 기분.
2억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자랑하는 이 SF블록버스터를 감상하고서 떠오른 영화는 작년 최고의 흥행실패작 <그린랜턴>이었습니다. 과연 영화가 어떨까 궁금하셨던 분들께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이 위의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답이 될 것 같습니다.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인상적인 영화의 초반부는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과연 "존 카터"가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어떤 외계인들이 나타날지 등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운데, 지구와 화성을 오가는 영화의 세계관을 화려한 영상과 빠른 전개로 소개하며 기대감을 키워갑니다.
하지만 카터와 공주가 만나고 이야기가 본론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합니다. 개연성없이 진도나가기 바쁜 탓에 뚝뚝 끊기는 에피소드에 긴장감은 사라지고, 조울증 증상보다 더 급변하는 캐릭터들의 감정,관계의 변화를 보고있자면 자연스레 감정이입은 포기하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디즈니"답게 아이들 눈높이에 적합한 느낌의 SF영화를 내놓았습니다. 진지하게 몰입하기에는 영화가 보여주는 만화영화 같은 "화성구하기 대작전"은 너무 단순(유치)하고, 깨진 거울을 이어붙인 듯이 조각난 흐름은 산만합니다. 중반부에는 루즈해지는 지루함을 견뎌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10,000 B.C>를 관람하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기대했던 스케일조차 중반부터 이 급격히 작아지는 인상을 주더니만, 끝내는 화성까지 날라가서는 소박하고 원시적으로 칼싸움으로 대단원을 맺습니다. 볼만한 장면은 예고편에 거의 다 나왔다봐도 무방합니다. 그 외에"존 카터"의 능력도 별반 두드러지는 맛이 없고, 몇 종류 안되는 외계인들조차 발빠른 애완견(?)외에는 겉모양만 다를 뿐 뚜렷한 개성이 없습니다. CG로 중무장한 시각적 화려함 이외에는 이래저래 매력적으로 살려낸 부분을 찾기 어렵습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풀옵션만 화려하게 겉치장한 티코에 탑승한 기분입니다.
시리즈의 1편임을 감안해야겠지만,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의 시작은 어째 불안불안해 보입니다. 마케팅 비용을 뺀 순수 제작비만 약 2800억인 점이 적잖이 부담이 될 듯 싶네요.
P.S <트랜스포머2,3>가 만족스러웠던 분들께는, 오히려 조심스레 추천해봅니다;;
원문 : http://aciiacpark.blog.me/100152866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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