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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것인가 밍크코트
wyh1001 2012-01-17 오후 12:29:08 615   [2]

따뜻하지만 잔인한 그 이름 밍크코트 

 

독립영화에 대해 어려운 인상을 갖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감독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데에 있다.
상업성을 배재한 그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관객들과의 소통이 아닌
그들만의 이야기 자체로만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나의 무식함이 한 몫 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 몰라요 나 혼자)
하지만 영화 <밍크코트>는 강렬하리만치 관객들에게 그 주제의식을 확고하게 내던져줘
머리가 나쁜 나라도 무리 없이 다가가고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준 영화였다.


<밍크코트>는 한 독실한 기독교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가정의 3남매는 갑작스런 노모의 병환으로 인한 막대한 병원비와 가망이 없는 불투명한 회복에 대해
고민하던 중 연명치료 중단 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3남매의 둘째 현순은 홀로 이에 반대하며 가족들과 대립하게 된다.


독실한 종교인인 현순의 가족들은 그들에게 있어 이른바 '이단'의 종교에
몸을 담은 현순을 질타하고 내몰아 세운다.
종교의 굴레에 얽혀들어 가족의 가치를 재는 그들의 모습은 과연 그 믿음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목적을 상실한 채 과정만을 맹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밍크코트>가 보여주는 것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영화가 가장 크게 시사하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가족 이야기'이다.
결국 영화 속 '종교'는 가족들간의 갈등을 극대화하는 하나의 장치일 뿐
영화의 목적 자체로서 성립하지는 않는다.


현순이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음으로서, 이들 3남매의 대립은
그동안 묵혀왔던 갈등의 요소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자칫 홀로 가족들과 싸우는 현순으로 하여금
그녀를 향한 연민을 이끌어 내는듯 하지만 상황은 시시각각 변한다.


타인을 향한 이중잣대가 가족들 사이에서도 여지없이 나오고,
결국 누구를 탓할 수만은 없는 상황들이 오간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홀로 싸우던 현순도 딸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입장에 처했으니
어머니의 병원비를 위해 가족을 희생한 그녀의 형제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아집은 양날의 검이 되어 스스로에게 되돌아오고 있으니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이토록 위태로운 현순의 가족들에게 있어서 서로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며
서로의 존재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우리는 점점 그것을 가늠해가며 영화를 더듬게 된다.


극중에서 현순은 우유배달을 하는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밍크코트를 어머니에게 받는다.
현순의 어머니가 그 비싼 코트를 현순에게 준 것은 현순에 대한 용서와 사랑의 산물이다.
그 밍크코트가 시사하는 바는 바로 '희생'이다. 따뜻하지만 잔인한 그 이름 밍크코트
따뜻함을 위하여 수많은 동물의 생명을 대가로 만들어낸 밍크코트 한 벌은
셀 수 없을 정도의 희생과 용서로 이루어지는 '가족'이라는 집단을 보여주는 매개체이다.


현순의 딸 수진이 밍크코트로 인해 마음을 돌리게 된 것 또한 어머니 현순을 향한 할머니의 희생,
또 자신을 위한 현순의 희생이 고스란히 담긴 그 코트가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한 분개였을 것이다.

 


희생 없이 이루어지는 기적 따윈 없다.
이 자명한 이치를 깨닫는데에 현순의 가족들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고 눈물을 흘렸는가


가족이라는 지독한 연결고리 안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면서도
종국에는 그 상처를 치유해 주는 존재들이다.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정당화되는 폭력과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부여되는 면죄부와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기댈 수 있는 안식처

쓰라릴만치 지긋지긋한 굴레이지만 결국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그것이다.

 


영화 <밍크코트>는 놀라우리만치 능숙하게 그 잔혹한 현실을 우리에게 비추어 준다.
하지만 그 지독스런 현실 속에서도 '용서'로 모든것이 귀결되어 보여주는 결말의 잔잔함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슬프고 아름답다.
무겁지만 너무 묵직하지 않게, 또 가볍지도 않게 '가족'이라는 이름의 감옥을 잘 표현해준 영화였다.
앞으로도 이런 퀄리티의 독립영화들이 나와준다면 주저없이 관람할 수 있겠다.

 

 


사족)

이 영화를 논하면서 도무지 빼먹을 수 없는 그 이름 배우 황정민
사실 처음 이름을 봤을 땐 동명의 남자배우인줄 알았는데,
앞으론 이 분의 이름을 헛갈리는 일은 없을것 같다. 이처럼 강렬한 존재감을 상기시켜 주었으니 말이다.
신들린 연기란 바로 이런 데에 쓰는 말일 것이다.
때로는 천연덕스럽게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화면 밖으로까지 느껴질듯한
철철 흘러넘치는 독기를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자신의 캐릭터를
제대로 가지고 놀 줄 아는 진정한 배우로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녀의 차기작이 정말 기다려진다.
앞으로 황정민 이라는 이름 세글자가 나오는 영화라면 무조건 보게 될듯 하다.
진짜 배우의 연기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그녀! 계속해서 응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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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크코트(2011, Jesus Hospital)
제작사 : 애즈필름 / 배급사 : (주)인디스토리
공식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mink_c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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