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의 시사회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아갈 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석궁교수 사건'을 영화화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따로 그 외의 정보를 알고 가지는 않아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진짜 재판을 보는 심정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부러진 화살'의 내용은 앞서 언급했듯이 2007년에 실제 벌어졌던 '석궁교수 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다. 실제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이미 아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영화는 재판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뭔가를 전하고 싶은 바가 있는 것 같았다.
영화가 전하고 싶은 것을 내가 제대로 전해받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를 보면서 크게 두가지를 느꼈다.
그 첫번째는 김경호라는 인물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수학과 교수였던 김경호는 분명 피고의 입장으로 법정에 출두하지만 그의 태도나 법적지식은 이미 단순한 피고라고 할 수 없을 만큼의 위용을 자랑한다. 재판 전에 철저하게 조사한 법적사실과 법조항들로 변호사와 검사는 물론 판사마저 두손두발 다 들게 만드는 그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감탄을 자아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인물이야 말로 진정 '학자'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실존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웠다.)
하지만 김경호 교수의 놀라운 진면목은 이것이 아니다. 그의 대쪽같은 올곧음이야 말로 정말 그의 놀라운 점, 아니 대단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있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올곧게 행동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본받아야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이런 '올곧음'을 받아들이기에는 이미 너무 굴절돼 있는 것일까? 김경호 교수는 너무 올곧은 나머지 굴절된 사회속에서 오히려 부러지고 만다.(정신이 부러진 것은 아니지만 물리적으로 부러진 것이다.)
영화를 통해 내가 두번째로 느낀 것은 안타까운 우리나라 사법부의 현실이었다. 누가봐도 뭔가 의심적인 부분들이 있으며 그것을 명확히 해야함이 분명함에도 사법부의 권위 또는 자신들의 직위를 지키기 위해서 이리저리 핵심을 피해가려는 사법부의 법정플레이(?)는 정말 답답하고 속이 타는 모습들이었다. 물론 사법부 고위층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부품처럼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그런 어쩔 수 없는 상황과 이를 지시한 고위층들이 존재하는 사회구조자체가 정말 속상했으며 쉽사리 이를 어떻게 해야 제대로 돌아가게할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없는 나지신에게도 속이 상했다.
아무튼 이번 영화를 통해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나뿐만이 아니라 영화를 본 많은 분들도 같은 것을 느끼고 조금이나마 '올바른'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자신을 다잡는 기회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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