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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삶은 계속 된다. 퍼펙트 센스
wyh1001 2011-11-22 오후 3:15:06 503   [1]

 
 
 인류의 감각이 사라지는 질병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인상적인 영화 <퍼펙트 센스>

마치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연상케 하는 설정인데, 영화 <퍼펙트 센스>에서는 가공할 만한 위력의

바이러스에 무력하게 당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면서도 결국 인간으로서의

본질적 존재 가치는 박탈당하지 않는 상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속 바이러스는 후각, 미각, 청각을 비롯해 인간의 감각들을 하나씩 차례대로 앗아간다.

이렇게 감각을 잃게 되기 전에 나타나는 증상들은 분노와 슬픔, 폭식 등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있는 그대로 이끌어내어 버린다.

그들의 광적인 감정의 폭발적인 표출은 무미건조한 현대인들의 비상구처럼 보인다.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것들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건 얼마나 되던가?

감각을 잃어감으로서 더더욱이 갈망하고 더 많은 것을 보게 되는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현대 사회는 어쩌면 너무도 쓸모없는 정보가 넘쳐나서 우리의 눈을 가려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수잔과 마이클은 사랑에 상처 입고, 사랑을 믿지 못하는 냉소적인 남녀이다.

누군가를 쉽게 믿지 못하고 마음을 열지 못하던 두 사람은 이 바이러스로 감각을 잃어감으로서

오히려 사랑이라는 감성을 완벽하게 그려내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그 사랑이야말로 더 없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감각으로 완성된다.

감각을 잃어가는 인류의 행보에 '완벽한 감각'이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이 붙여진건

아마도 이 두 사람의 사랑의 종착역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본다.



이렇게 영화 <퍼펙트 센스>는 인간의 근본적인 갈망과 감정에,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비추어 슬플 정도로 따뜻하게 그려낸다.

 

세월에 치이고 치여 무감각해져 버린 감각을 벗어던지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과연 이 병은 저주였을까 축복이었을까

 

 





Life goes on

그럼에도 삶은 계속 된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맛을 느끼지 못해도,

그들은 TV를 켜고 음악을 연주하고, 레스토랑을 찾는다.

과거의 즐거움들을 잊어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웃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사실 필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존재 그 자체일 뿐이다.

영화 <퍼펙트 센스>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실로 오랜만에

나 스스로에 대해 진실하게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해주고, 무뎌진 감각을 일깨워 준 작품이었다.

흑백사진을 보는 듯이 낡은 화면 연출 방식은 마치 우연히 꺼내어 본 앨범을 보고 옛 시절을 추억하는

것처럼 영화의 닳고 닳은 분위기를 매혹적으로 그려내어 우리가 잊고 살아온 가장 원초적인 근원을 깨닫게 만든다.

나날이 풍요로워지지만 감성적으론 빈곤해지는 현 세대들에게 있어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밤에 찾게 되는 따뜻한 밀크티 같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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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센스(2011, Perfect 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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