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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가 휘날리는..." 노래가 먼저 생각나는 제목의 [굳세어라 금순아]는 신인 현남섭 감독의 데뷔작으로 단순한 스토리와 구성이 오히려 색다르고 깔끔한 영화였다.[굳세어라 금순아]는 유흥가에 잡힌 남편을 구하기 위해 야밤에 운동을 하게 된 주부 금순이의 에피소드를 그렸다.밤에도 불칯이 환한 조금은 낯선 유흥가라는 장소, 단 하루동안의 시간,그리고 남편을 찾기 위해 나선 초보 주부...이렇게 짧고 간단한 소재와 구성으로 신인감독으로서는 합격점을 받을만한 영화를 만들었다.기존의 과장된 코미디와 복잡하고 연관성 없는 에피소드들로 난잡하기만 한 코믹물과는 달리 주인공만을 전면에 내세운 전개와 코미디와는 별개일 듯한 모성애,부부애를 절묘하게 섞어 놓음으로써 찡한 웃음을 전해주기까지 한다.한마디로 [굳세어라 금순아]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아기 엄마의 처절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라고 하면 영화의 모든 설명이 될것이다.
이제는 아기엄마가 된 왕년에 잘나가던 배구선수 "금순이"...저녁엔 밤낮이 바뀐 애 때문에 잠을 설치고,아침엔 애 같은 남편 때문에 바쁜, 그야말로 아직 어린티가 푹푹 나는 초부주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그러다 시부모님이 오신다는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집청소며, 음식준비에 바쁜데...어쩌구니 없는 전화한통!...술도 잘 못 마시는 남편이 몇백만원 어치의 술을 마셨고,직접 와서 남편도 찾아 가고,돈도 내라는 술집주인의 전화인 것이다.오직 남편만을 위해 카드 하나 달랑 들고,아기만 등에 매고 무작정 남편이 있다는 술집을 찾아 나선다.얼핏보면 여느 황당한 영화들과 별반 다를것 없어 보이지만 [굳세어라 금순아]는 금순이라는 캐릭터와 유흥가라는 낯설고 두려운 장소에서의 용감한 금순이의 모습을 통해 상당히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전개된다.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쫄바지와 운동화 차림의 아줌마 복장과 일명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초보주부 특유의 어리버리한 금순이의 모습은 영낙없는 우리 주변의 아줌마 모습이다.그렇지만 왕년에 잘나가는 배구선수 답게 강인한 체력과 아줌마 특유의 악착같은 생활력으로 유흥가에서의 위기를 헤쳐나간다.[굳세어라 금순아]도 다른 조폭영화와 마찬가지로 유흥가를 전전하는 조폭들이 등장한다.그리고 금순이와 그런 조폭간의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가 중심이다.그렇지만 여느 조폭영화와는 다른 느낌의 재미를 주는 것은 주인공 금순이가 바로 '아줌마'라는 점이다.이런 아줌마 로서의 금순이는 영화 속 조폭들 조차도 의아해 하며 다시 한번 관객들의 폭소를 터뜨리게끔 한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제목과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 처럼 "금순이"라는 평범하지만 독특한 캐릭터가 영화의 전부이다.그러다보니 주인공 금순이를 연기한 배두나의 모습이 단연 돋보인다.엉뚱하면서도 어리버리한 초부 아줌마를 연기하기 위해 망가짐도 감수한 배두나의 연기는 [굳세어라 금순아]를 확실히 배두나만의 영화로 만들어 낸것이다.기존의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그리고 아기엄마를 연기한 배두나는 금순이 캐릭터를 정말 맛깔스럽고,자연스럽게 소화해 내고 있었다.남편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하나만으로 어둠의 거리를 돌아다니면서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아기만큼은 잘 챙기는 완벽한 모성애,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못 말리는 성격,겉은 여리지만 위험에 처하면 배구선수 다운 강 스파이크를 날리고,아줌마라고는 믿기지 않는 대단한 달리기 실력까지 겸비한 "엽기적인 주부" 로서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냈다.영화제목처럼 금순이가 이 영화의 주인공임을 영화를 보는내내 잠시도 잊지 않게 해준다.그렇다고 금순이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도 무시할순 없다.아직 어린티가 나는 신참내기 아기 아빠인 금순이의 남편은 김태우의 확실한 연기변신으로 영화 속 또하나의 볼거리로 등장한다.첫 출근 회식에서 약한 주량에도 불구하고 상사들이 주는 술을 다 마시고,결국 술집 브로커에게 잡혀 일을 저지르고 마는 엉뚱한 남편..그러면서도 뒤늦게 발동이 걸려 혼자 춤 추고,노래를 부르는등 금순이만큼 못말리는 남편이다.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코믹한 연기로 웃음을 주는 김태우의 연기가 볼만한 부분이기도 하다.그리고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절대 뺄수 없는 금순이 딸 송이!...대사도,연기도 필요하지 않은 출연이지만 영화를 더욱 빛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면서도 송이는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떨어지는 와중에도 몸을 돌려 아기를 위로 올리는 금순이의 순발력,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송이의 기저귀 만큼은 꼭 갈아주는 금순이의 모습은 아기엄마 다운 따뜻한 모성애와 사랑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아마도 송이가 없었다면 [굳세어라 금순아]도 기존의 별볼일 없는 조폭영화들과 별반 다를바 없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이처럼 [굳세어라 금순아]는 철없는 부부와 딸의 가족애를 느끼게 하는 가족영화이기도 한것이다.그리고 인정 많은 포장마차 부부,착한 노숙자,불의에 함께 맞서주는 인형파는 아줌마,배구선수 금순이의 광적인 팬 등의 등 작은 조연들의 등장도 다소 어둡고 위험한 유흥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를 즐겁고 유쾌하게 느껴지도록 해주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굳세어라 금순아]는 어두운 유흥가를 배경으로 하고,조폭들이 등장하는 영화임에도 진부하고 지루하기 보다는 유쾌하고 인간적이다.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한 가정의 엄마와 아내로서만 등장하던 아줌마라는 캐릭터를 용감하고 정의롭게 그려낸 것이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재미이다.그리고 아기를 업고 밤새 뛰어다는 주인공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을 조마조마 하게 하고,그런 와중에도 할일은 다하는 금순이를 보면서 편하게 웃을수 있는 그런 영화이다.그저 웃기고,유치하기만한 영화라기 보다 가족애와 부모로서의 사랑,부부의 사랑도 느낄수 있는 가슴 따뜻한 영화이기도 하다.[굳세어라 금순아]는 신선한 이야기와 배두나의 억척스러운 연기, 딸 송이의 귀여운 모습에 시종일관 웃다가 마지막엔 가슴 찡한 사랑까지 느낄수 있는 정말 기분 좋고,시원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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