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을 보러가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난 전도연의 영화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는 내운명부터 밀양, 하녀 등 이름난 작품들이 참 많은데 어쩜 골라서 안본 것처럼 하나도 안봤었는지 반면에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정재영의 영화는 빠짐없이 보았다. 실미도, 이끼, 강철중 등 사실 알고보면 난 호불호가 분명하게 사람을 가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카운트다운은 냉혹한 채권추심원인 태건호가 간암 판정을 받고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죽은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을 찾기시작하면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얼짱 농구선수 신혜인이 등장해서 신선한 재미를 주기도 했다. 그리고 등장한 차하연역에 전도연은 시종일관 나긋나긋한 간드러진 목소리에 주변인물들을 끊임없이 속이며 영화는 점차 쫒고 쫒기는 액션 스릴러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차하연이 연변출신 조폭두목 스와이에게 잡혀서 목만 내놓고 땅에 묻혀있는 상황에서 태건호가 나타나 간을 받아야 한다고 하니 스와이역에 오만석이 토끼와 거북이에 간?이라며 어리둥절해하는 장면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노래가 있었다. '간 때문이야~간 때문이야~' 태건호가 영화내내 고생하며 뛰어나닐 때마다 이 노래가 간간히 떠오르니 참 주인공의 테마송으로 손색이 없다
영화는 후반 차하연이 17살에 낳고 버린 딸이 등장해 조명석에게 납치를 당하고 태건호가 아들이 죽은 이유를 떠올리지 못하다가 아들이 남긴 녹음 테이프로 아들의 죽음을 외면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되면서 부모 자식간의 애틋한 드라마에 치중하게 된다. 특히 차하연의 딸이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인것 같다고 생각했더니 바로 미쓰에이의 민이었다.
사실 엔딩은 스포일러가 될것 같아 밝히지 못하지만 영화의 중반까지 스릴있게 흘러가던 흐름이 후반 갑자기 드라마로 마무리 되면서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태건호의 드라마 때문에 중반 매력있던 차하연의 캐릭터도 뭍히는 느낌이고 오히려 오만석의 무식한 조폭연기가 영화내내 활력소가 되었다. 그리고 툭툭 등장하는 19금 장면들도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정재형의 눈물연기는 나도 눈물이 찔끔날 만큼 감동적이었지만 처음의 긴장감 넘치는 플롯을 이어가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있다. 사실 나처럼 액션 스릴러물을 기대하고 온 사람이라면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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