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은 뭐니뭐니해도 팜므파탈 전도연에 대한 기대가 큰 작품이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앳된 얼굴에 팜므파탈이라는 단어는 조금 낯설게도 느껴졌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전도연=팜므파탈 제대로 들어맞는 이미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재영이라는 배우야 뭐 말할 필요도 없이 이번 영화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갑작스런 불치의 병을 선고받고, 인정사정 볼 것 없는 냉혹한 채권추심원이 직업인 그가, 사방팔방으로 간이식을 할 사람을 찾는 그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생명과 관련해서 정해진 시간안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설정은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영화는 일단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모습이 너무 강렬해서 같은 여자임에도 그녀의 극과 극의 모습에 아주 쏙 빠져버렸다. 그래서 정재영의 모습이 조금 약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 내내 이 알 수 없는 여인 차하연과 그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남자 태건호의 피마르는 추격전을 보면서, 차하연이라는 여자가 남자 한명의 목숨을 위해서 도움을 주리라는 기대는 조금씩 사그라져간다. 정계,법계 인사의 남자들을 미모와 말솜씨로 꼼짝 못하게 하고 17살에 낳은 딸도 거의 버리다시피 하는 거짓말 투성이의 그녀에게, 과연 태건호의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이 조금이라도 와닿기나 할까 말이다.
이렇듯 10일 이내에 간이식을 받기 위해 자신의 장기조직과 100% 일치하는 차하연이라는 인물을 자신을 위해 보호 아닌 보호를 하게 되고,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의 뒤를 쫓으며 그녀가 관련된 사건에도 휘말리게 되는 주인공 태건호의 상황이 너무 너무 안좋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피말리는 순간들 사이사이, 태건호가 아들을 회상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태건호가 그렇게 인정사정 없는 채권추심원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나 왜 아들에게 그토록 미안해할 수 밖에 없는지를 알게 되는데 그런 장면들이 너무 아련하고 슬프기만 하다.
그런데 이런 추억과 아들의 사고가 정말로 큰 아픔이긴 하겠지만 영화의 흐름이 자꾸 이런 쪽으로 흘러가 버리고,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차하연의 모습도 점점 약한 여자의 모습으로 바뀌는 분위기에, 마지막에는 그동안 숨막히게 달려왔던 카운트다운의 시간들이 갑자기 슬로우 해져 버린 느낌이다.
그런 부분만 제외한다면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전도연에게서 이제 진정한 여인의 모습이 느껴지게 된 영화였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조명석역의 배우. 요즘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그 역할이 하나같이 똑같아서 나올 때마다 너무 식상하다는 느낌이었고, 설마 이번 영화에는 아니겠지 싶었는데..허걱~또 똑같은 배역에 똑같은 설정..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