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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르모 델 토로의 그림자... 돈 비 어프레이드 - 어둠속의 속삭임
ldk209 2011-08-26 오후 1:00:08 685   [0]

 

길예르모 델 토로의 그림자... ★★☆

 

<돈 비 어프레이드 - 어둠속의 속삭임> (이하 <돈 비 어프레이드>)은 제작을 맡은 길예르모 델 토로의 인장이 느껴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즉, <돈 비 어프레이드>에서는 그가 감독 또는 제작을 맡았던 영화들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인적이 드문 외딴 곳의 대저택, 소통하지 못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홀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 외로운 아이에게 다가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조그맣고 징그런 괴물과 같은 것들이 바로 그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특징들이다.

 

영화의 처음은 19세기 자연주의 화가로 유명했다고 하는 블랙우드의 마지막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아들을 납치한 지하실에 사는 괴존재에 의해 자신과 하녀의 이빨을 바치는 블랙우드, 그러나 괴존재는 아이의 이빨을 원한다며 블랙우드를 잡아 간다. 저택 관리자에 의해 괴존재의 통로가 봉쇄된 후 시간이 흘러 현재. 양육에 관심이 없는 엄마에 의해 샐리(베일리 매디슨)는 아빠 알렉스(가이 피어스)와 아빠의 여자친구 킴(케이티 홈즈)에게 보내진다. 건축가인 알렉스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킴은 오래된 블랙우드의 저택을 복원해 개조하는 중이다. 킴과 사이도 좋지 않고 대저택에 적응하지도 못한 샐리는 정원을 거닐다 지하실을 발견하게 되고, 이후 샐리는 저녁마다 통풍구를 통해 자신을 찾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인간 이전부터 존재해오던 이빨 요정들.

 

이 영화의 최고 장점은 길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들(제작 또는 감독을 맡았던)이 대게 그러하듯 전반적인 이미지, 그러니깐 미장센이다. 대저택 주위의 정원은 <판의 미로>를 보는 듯하고,고풍스러운 대저택의 외관과 내부 모습은 그 자체로 기괴하고 스산하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각적 잔인함보다는 심리적 공포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 전개도 그럭저럭 즐길만한 수준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길예르모 델 토로를 좋아한다고 할지라도 <돈 비 어프레이드>는 전반적으로 모든 요소들의 부족함이 느껴지고, 특히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늘어지고 긴장감도 떨어진다. 우선 공포 /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면서 처음부터 지하에 사는 괴물이 이빨 요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딱히 그 존재를 감추려 들지 않았다는 점이 좀 의아하다. 영화 초반에 이미 그 모습과 행태가 다 드러난 이상, 영화가 클라이막스(이런 게 있다면)로 진행되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지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빨 요정(서구에선 아이가 이빨을 뽑아 배게 밑에 놔두면 요정이 가져가고 대신 은화를 놔둔다고 한다. 물론 아이가 이빨을 뽑게 하기 위한 어른들의 모략이다. 한국에선 뽑은 이를 지붕에 던지면 까치가 물어가고 대신 새 이빨을 보내준다는 얘기가 있었다)의 무력함(?)도 영화적 재미를 떨어트리는 지점이다. 대게의 영화들이 그렇듯 이빨 요정도 초반엔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블랙우드를 조종하는 것도 그러하고, 덩치 큰 관리인 해리스를 쉽게 제압한다. 그런 이빨 요정들이 후반부에 가선 아이 하나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고 시간만 질질 끌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욕실에서, 서재에서, 그리고 마지막 지하실에서. (왜 어른만 나타나면 도망가 버리는 것일까? 이빨 요정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괴물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것인가?)

 

불빛을 싫어하는 이빨 요정을 격퇴하기 위해 아이가 터트려대는 카메라 플래시는 일종의 맥거핀이다. 시간을 끄는 데 나름 활용이 되지만 기대했던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맥없이 영화에서 사라져 버린다. 해리스 역시 마찬가지 존재다. 이런 공포/스릴러 영화엔 대게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인물이 존재하며, 그 인물은 비밀의 누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이빨 요정들은 해리스에게 ‘왜 누설했냐?’고 다그치고, 해리스는 ‘결코 하지 않았다’고 호소한다. 그렇다면 처음 지하실을 발견하고 특히 아이가 봉인된 통로를 해제하려는 과정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을까 의아하다.

 

<돈 비 어프레이드>는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관객을 공포로 몰아 놓기에 조금씩 부족하고 겉돈다는 느낌이 든다. 어렸을 때, 침대 밑, 옷장 속 또는 지하실에 귀신이나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아무래도 우리보단 서구에 좀 더 가까운 괴담이겠지만. 어린 시절에 느꼈던 공포가 어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로 남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대게 성장하면서 집안 어딘가에 사는 귀신이나 괴물은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처럼 <돈 비 어프레이드>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을만한 공포를 다뤘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의 표현 수준도 과감하지 않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어른에겐 심심하게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 당연히 동화를 다룬 영화라 하더라도 다 이렇게 심심하진 않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한 <판의 미로>가 대표적이다. 결국, 아무리 이 영화에 길예르모 델 토로의 그림자가 서려 있다고 해도 그림자는 결코 실체가 될 수 없으며, 그건 단지 반영에 불과할 뿐이다. <돈 비 어프레이드>는 오랫동안 길예르모 델 토로가 만들고 싶어 했던 영하라고 하든데, 제작이 아니라 그가 직접 감독을 맡았으면 어떤 영화가 나왔을지 못내 아쉽다.

 

※ 사랑하는 여인이 눈앞에서 지하로 끌려 들어가고, 자기 아이가 끌려 들어갈 뻔한 상황을 겪은 뒤에 고작 그 입구를 막는 것만으로 끝낸다는 게 왠지 이상하다. 건축가라면 그 집 자체를 파괴하든가 지하통로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르고 시멘트를 부어 막아버리든가 하는 더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 이건 마치 언제든지 다시 나오라고 비는 것 같다.

 

※ 탐 크루즈가 니콜 키드만과 이혼하고 케이티 홈즈랑 결혼해서인지 케이티 홈즈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난 TV 드라마인 <도슨의 청춘일기>에 나왔던 케이티 홈즈를 좋아했으며, 현재도 여전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간만에 영화에서 보니 나이가 꽤 들었다는 느낌이다. 괜히 마음이 안 좋다.

 

※ 영화의 후반부, 블랙우드가 그린 벽화가 등장하는 강렬한 이미지 때문인지, 영화 초반 블랙우드가 실제 지하에서 벽화를 그릴 때도 벽화에 천을 드리워 놓았다. 어쨌거나 그 정도는 영화적 설정으로 이해해줄만 하다.

 

※ 길예르모 델 토로가 감독이든 제작을 맡은 영화이든 스페인어로 된 영화와 영어로 된 영화 사이에 완성도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 같다. 왜 스페인어로 만드는 영화의 완성도가 훨씬 좋아지는 것일까? 아무래도 모국어가 더 수월하기 때문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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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비 어프레이드 - 어둠속의 속삭임(2010, Don't Be Afraid of the Dark)
제작사 : Miramax Films / 배급사 : (주)화앤담이엔티
수입사 : (주)포시즌픽쳐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dontbeafraid.kr/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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