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그야말로 감히 [혹성탈출]과 같은 위대한 작품에 무엇인가를 빗대고 모양을 만들어낸다는 건 큰 도전입니다. 작품으로 하여금 욕을 먹느냐 안 먹느냐의 문제도 크겠지만, 도전하는 감독, 작가 이력에 큰 오점으로 남아 평생을 따라다닐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이번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감독한 루퍼트 와이어트와 작가에게 있어 본 작품은 위대한 도전, 시작으로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사들마다 여러 프리퀄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지만 프리퀄로써 '원작에 대한 방향을 나침반처럼 잘 따라준 작품'은 드뭅니다. 최근들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정도와 그 이전 [스타워즈], [배트맨]이 프리퀄 작품을 제작해 높은 평과 더불어 인기를 얻었을 뿐, [엑소시스트], [전기톱살인사건] 등처럼 호러 장르물로 제작되는 프리퀄 작품은 기대만큼의 인기를 얻거나 평가를 받지 못 하고 있습니다. 좋은 평가를 얻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 했습니다.
이에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 작품으로써 '충분하리만큼' 긍정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우선,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을 연기한 배우 앤디 서키스가 분한 침팬지 연기는 행동뿐만 아닌 표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했고, 지능을 얻어 사건을 만들어낼 때 고심과 비장미가 그대로 표정으로 나타났습니다. 골룸처럼 섬세한 연기는 아닐지라도-골룸 캐릭터가 워낙 강한 캐릭터이긴 하지만요- 인간화 되어가는 침팬지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연기해 내며 '과연 이러한 침팬지가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면?' 이라는, 어떤 면에서 섬뜩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앤디 서키스 연기가 아니었다면 사실성이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여깁니다.
이야기의 흐름 또한 적절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해 침팬지에게 약물 및 여러 시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와 앞으로 전개될 비극의 시작을 알리기에 충분한 흐름이었습니다. 사건마다를 길게 끌지 않았고, 영화가 지속되는 전체 분량에서 바라보아도 필요치에 해당하는 과정마다를 과하지 않게 풀어냈습니다. 흐름만 놓고 봤을 때, 영화 원작 [혹성탈출]보다 좋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저(사람 손에서 키워졌고, 이후 사람만큼의 지능을 갖게 된 침팬지)와 함께 등장한 여러 캐릭터 유인원이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수화를 배운-침팬지는 실제로도 수화를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다네요- 시저와, 서커스단에서 수화를 배운 오랑우탕과의 교감. 침팬지보다는 월등히 커 킹콩(미니멀 킹콩?!)처럼 위협적이라 시저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고릴라 캐릭터. 눈 한 쪽을 잃어 험하게 보이는 침팬지(?) 등, 시저에게 도움을 받아 평온한 자기들만의 세상을 위해 싸우는 여러 유인원 캐릭터가 꽤 돋보입니다.
일부 배우의 연기, 이야기, 캐릭터가 조화를 이뤄 빛을 발한 작품입니다.
예측해 보건데, 이번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 한 두 편이라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가 모두 끝나고 나서 보인 추가 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대도시로의 바이러스 전이를 예측하게 하고, '숲으로 들어간 유인원들이 숲에서 나와 도심에 진입. 인간 시대 괴멸과 유인원 시대의 시작, 발전까지를 보여야 제대로 된 한 편의 프리퀄 작품'이 될 수 있겠다, 생각하기에 시리즈를 예측해 봅니다.
끝으로...
사람은 끝임없이 노리는 아집과 발전 때문에 힘들어질 테고, 그러한 걸 알면서도 서로가 막을 수 없거나 한 쪽으로 치우칠 테고, 그러하기에 단지 우리는...
삶의 편의 정도를 고려해 많은 아집을 내려놓고, 발전을 늦추는 수밖에. 방법이 없을 거라고... [혹성탈출] 원작 소설, 영화가 말하고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작품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