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내용중에는 의외로 사실인게 많이 포함되어 있다”라는 자막이 나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특종을 갈구하는 평범한 잡지사 기자 주인공 밥(이완 맥그리거 분)은 사내부부인 아내가 편집장과 눈이 맞아 헤어지자고 하자, 아내에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실히 보여주고자 이라크에 종군하기로 결심한다.
그곳에서 린 스킵 캐시디(조지 클루니 분)를 우연히 만나게되고, 오로지 특종기사를 위해 그와 동행하게 되면서 초능력과 연관이 있는 좀 황당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국 육군 산하 특수부대인 ‘신 지구 방위군’ 일원인 린 스킵 캐시디의 말을 빌면, 그가 속한 부대는 초능력을 무기로 하는 특수한 부대로서,
예를 들면 염소를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멈추게 할 수 있으며, 대면한 적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혈 자리를 찌르면 언젠가는 죽게 되며, 한 술 더 떠서 하늘의 뭉게구름을 노려보면 구름이 산산조각으로 흩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어이없고, 유아적이며, 민망한 상황속에서 연기파 배우들은 정말 진지하게 열연하는데 이 점이 관객을 더욱 웃게 만든다.
오로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신 지구 방위군’을 창설했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순응한다며 마약도 마다않는 '히피'에 가까운 생활의 우스꽝스러운 군인들의 넌센스에 관객들은 인지적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느끼지만 그 패러독스에 점차 매료되어 간다.
처음엔 반신반의 했던 주인공 밥이 ‘신 지구 방위군’의 믿기 어려운 실체를 목격하게 되고, 마약에 취한 군인들이 전장에서 해맑은 동네아이들 처럼 뛰어 놀며, 고문당하던 이라크 포로들을 마치 염소떼들을 놓아주듯 조건없이 풀어주는 모습이야말로 감독이 의도한 환타지이거나 실험적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2004년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존 론슨의 시니컬한 베스트셀러를, 그랜트 헤슬로프 감독이 2009년에 재구성하여 개봉한 영화의 정확한 원제는,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The Men Who Stare at Goats)'이다.
동일한 제목, 동일한 소재의 BBC방송국에서 제작한 3부작 다큐멘터리가 먼저 기억이 난다.
누군가는 그 치열한 전쟁에서의 희생양(scape-goat)이라는 중의적 표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므로 본디의 제목을 유지 했더라면 대중적 파장이 더욱 컸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르반테스의 ‘동키호테’처럼 두서없이, 나침반 대신 직감으로 캐시디는 황량한 사막에서 쿠웨이트를 향해 나서지만, 들어 선 길에 설치된 사제폭탄의 폭발로 자동차를 잃고 낯 선 길에서 헤매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꼬여들어 가는데...
‘스타워즈’시리즈에서 오비완 케노비역을 맡았던 '이완 맥그리거'에게 조지클루니가 자신이 '제다이'라고 누차 강조하는 장면은 또 다른 방식의 유우머를 선사한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밥(이완 맥그리거 분)'은 벽을 뚫는 초능력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초능력들이 현실에서 정말 가능한 일이라면 이가 갈리도록 비열한 빚 독촉자나 원수가 되어버린 헤어진 애인, 또는 미운 직장상사를 눈치채지 못하게 멀찌감치 떨어져 집요하게 노려보면 어떨까?
가능하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사망하게 된다는 그 ‘혈’을 찌를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
다만 원하는 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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