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모든 분쟁 지역에 평화가 깃들길... ★★★☆
편집장과 눈이 맞은 아내와 이혼한 밥 윌튼(이완 맥그리거)은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다,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라크 전장으로 향한다. 쿠웨이트 국경에서 전직 초능력 부대 출신 린 캐서디(조지 클루니)를 만난 밥은 취재를 위해 그와 동행하며 거짓말 같은 초능력 부대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된다.
일요일 아침에 MBC TV에서 하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도저히 믿기 힘든 과거의 진실을 보여주는 꼭지 하나가 있다. 어느 정도 과장되게 연출한 흔적은 보여도, 지금으로선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숨겨진 또는 알려지지 않은 과거사가 펼쳐질 때면, 그저 웃기엔 애매해질 때가 있다. 실제 미국에 존재했던 초능력 부대에 관한 이야기가 그러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본 초능력부대는 한마디로 냉전이 낳은 거대한 불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그려지지만, 소련이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도 뒤질 수 없다는 경쟁 심리로 조직된 것이 바로 초능력부대라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조지 클루니, 이완 맥그리거, 제프 브리지스, 케빈 스페이시 등의 배우들의 출연한다고 하면, 과연 어떠한 영화가 머릿속에 그려질 것인가? 아마 대부분은 매우 진지한 전쟁 드라마를 연상하지 않을까? 그러나 영화 <초(민망한)능력자들>은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 그대로 한마디로 골 때리는 블랙 코미디물의 진수를 보여준다. 론 존슨의 논픽션 취재기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영화 원제 The Men Who Stare At Goats)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미국에 실재했던 초능력 부대에 관한 이야기에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상흔과 반전 평화에 대한 주제를 끄집어낸다.
그러니깐 벽을 뚫고 이동하기, 원격 투시, 노려보는 것으로 염소 죽이기, 혈을 눌러 언젠간 죽이기 등의 초능력 신공이 실재로 가능했는지 와는 별개로 영화에선 이 초능력 부대의 창시가 일종의 뉴에이지, 히피 정신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즉 처음 이러한 부대를 제안한 빌 장고(제프 브리지스)는 폭력이 없는 전쟁, 평화로 폭력을 이기는 그런 전쟁을 상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군 지휘부 및 정부가 말도 안 되는 초능력부대의 창설을 승인하고 예산을 지원해 줬던 데에는 현실에서처럼 소련이 하고 있다는 경쟁 심리에서 발동한 것임은 분명하다.
시종일관 진지한 연기로 인해 더욱 강렬해지는 코미디가 어우러지는 이 영화엔 이라크 전쟁에 대한 조롱과 반전 메시지가 그득하다. 거리엔 무법적 존재인 미국의 경호원들끼리 총질을 해대고 포로에 대한 잔인한 고문을 자행하는 미군, 이 와중에 죽어가는 건 힘없는 민중들뿐이다. ‘염소의 침묵’. 영화의 마지막 이 침묵을 깨기 위해 린과 밥, 빌이 벌이는 모종의 결단은 아마 이들이 생각하는 초능력 부대의 존재 이유였으리라.
※ 조지 클루니, 이완 맥그리거, 제프 브리지스, 케빈 스페이시는 영화에서 시종일관 진지한 연기를 구사한다. 그러나 이들이 진지하면 할수록 웃음은 배가된다.
※ 영화엔 Boston의 <More Than A Feeling>이 몇 차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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