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쟁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예요.
멋진 전투장면들이 있고 괜찮은 스토리가 있지만 보고 나면 뭔가 불편하죠.
전쟁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 듯한 느낌...
그리고 보통 아군과 적군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그런데 고지전은 아군과 적군의 경계를 허물어버렸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고지전을 그 많고 많은 전쟁영화들과 구별되는 부분입니다.
남한군과 싸우는 북한군도 역시 최전선에서 전쟁이 빨리 끝나길 기다리는 그냥 사람일 뿐이죠.
전쟁이 아닌 다른 상황에서 만났다면 연인 혹은 친구가 됐을지도 모를...
그리고 이게 최근 개봉한 풍산개와 비교해볼만한 부분이기도 한데..
전 개인적으로 풍산개보다는 이 영화에서 남과 북이라는 편가르기가
얼마나 무의미한지가 더 잘 느껴졌어요.
미국 전쟁영화에 비해 전투장면들은 조금 초라할지도 모릅니다.
(미국영화에 비해서라는 거지 전투장면들이 아주 나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게 어떤 건지에 대해서는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휴전협상이 효력이 생긴 그 시간까지도 이유를 알수 없이 죽어간 사람들..
왜 싸우는지 그 의미도 잊어버리고 그저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죽여야 했던...
사실 영화 보면서 실제 그 전투에서 싸웠던 분들이 이 영화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실까,
내가 그 전투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를 이렇게 즐겨도 되는 건가..
난 너무 천국에 살고 있구나.. 뭔지는 모르겠지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 전투에 참가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민망하지만
전쟁이라는 생지옥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하고 왔어요.
이 영화 대박날 것 같은데, 보신 분들 모두 저같은 불편함을 느끼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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