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夜深)에 울리는 전화 벨 소리, 낮은 음성으로 집요하게 시시껄렁한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 불현듯 엄습하는 두려움에 창밖을 둘러 보지만 아무도 없는 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스크럼의 상징 가면 ‘고스트 페이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라 지르는 외마디 비명소리.
영화 ‘스크림’의 특징은 기존의 고어영화(gore movie)나 슬래셔(slasher)의 진부한 클리셰이(Cliché)공식을 차용하면서도 그 틀을 교묘하게 파괴하고 비틀며, 패러디(parody)화하는 풍자 공포영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계단을 굴러 떨어지고, 집기에 걸려 넘어지는 슬랩스틱은 코믹한 듯 아닌 듯,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을 주는 가운데 신선한 공포를 자아내며, 그 때문에 ‘프레디’, ‘제이슨’ 보다 "공포영화 좋아해?"하고 묻는 음성이 기계변조된 고스트페이스의 전화목소리가 더욱 무섭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하는 이들도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문득 떠오르는 코믹한 한 장면 중에 “ ‘쏘우4편’은 쓰레기 영화”라고 대사를 던지는 장면에서 생각있는 관중 몇몇은 금새 공감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아마도 오십보 백보(五十步百步)의 B급 오락영화라는 사실에 그랬을 것이다. 감독의 작위적(作爲的) 유우머라는 것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고스트 페이스는 어느덧 ‘제이슨’과 ‘프레디’를 잇는 대표적 호러 캐릭터로 매니아들에 회자(膾炙)되고 있다.
‘스크럼4G’라는 제목에서도 풍기듯 스마트폰을 상용화 하고 페이스북, 트위터가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는 2011년 첨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시대에 부응하여, 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제1편의 ‘스크럼’의 원년 배우들을 등장시켜 가면서, 창조적으로 재구성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감독 웨스 크레이븐은 4편에 이어 5~6편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구잡이로 난도질 되어 죽어 나가는 많은 등장인물들을 목격하는 관객들이 미처 지루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이야기는 쾌속으로 진행된다.
그런 소동 속에서 주인공은 왜 칼에 베이어도 죽지 않는 지를 굳이 논쟁의 소재로 삼을 필요는 없다. 오로지 그 자체의 B급 공포를 즐기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기 때문이다.
스크림 4G는 전작들의 주무대인 우즈보로 마을에서 참신한 오프닝과 함께 여지없이 10대 여고생의 비명(스크림:scream)으로 시작된다.
극중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저술한 책, ‘어둠을 넘고서’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스타가 된 작가 시드니가 자신의 고향인 우즈보로에서 출판기념 마지막 투어행사를 도모하게 되면서 피빛 공포는 시작된다.
살인마 고스트 페이스 역시 우주보로에서 활동을 재개하게 되고, 그에 의한 연쇄적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옛 친구 시드니와 듀이(데이빗 아퀘드 분)와 게일(커트니 콕스 분)은 사건해결을 위해 예전처럼 다시 뭉치게 된다.
도대체 살인마의 정체는 누구일까?
다만, 스크림4G에서도 새로운 법칙은 없었다. 스크림의 영원한 붙박이 헤로인 시드니(니브켐벨 분)를 포함해서, 전작들과 별다른 분위기나 느낌은 없는 영화이며,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관객의 허를 찌르는 예상밖의 범인이 최후에 들어난다.
하지만 기발한 스토리 텔링이 아니라고 해서 재미까지 없다는 판단은 섣부르다.
다만 이번 편에서 유혈은 더 낭자해 졌으나, 전작들의 학습효과로 관객은 더욱 용맹해졌기에 영화가 전작보다 무서워졌다는 느낌을 갖지 못한 분들이 일부 계시리라 본다.
그러하기에 그런 소수의 관객의 갈증조차 해소하기 위해 감독은 아마도 5G, 6G에서는 더욱 피가 흥건한 장면을 무리하게 삽입하게 될 가능성도 보인다.
그것 조차도 기대하게 만드는 시리즈물이 바로 ‘스크림’이다. 하지만 세월의 자외선으로 매력이 탈색된 니브켐벨은 더 이상 출연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아무튼 기존의 뻔한 생존법칙을 적용하면서도, 연작살인을 4편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어가면서, ‘스크럼 가면’을 세계적 유명인사로 만든 감독의 천부적 재능에 정말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호러와 유머, 그리고 경쾌하면서도 다소간의 ‘형사콜롬보’식 두뇌대결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110분은 흥미진진하다. 별점은 5개중 4개를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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