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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과의 교감을 따뜻하게 그려내다... 미안해, 고마워
ldk209 2011-05-27 오후 3:50:46 9709   [4]
인간과 동물과의 교감을 따뜻하게 그려내다... ★★★☆

 

처음 이 영화의 소식을 들었을 때, 떠오른 건 이누도 잇신 감독이 참여한 일본영화 <우리 개 이야기>였다. <우리 개 이야기> 외에도 일본엔 많은 반려동물 영화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지만, 이에 반해 우리나라엔 이렇다 할 반려동물영화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반려동물 시장의 크기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깐 무엇보다 돈이 중요한 자본주의 사회.

 

어쨌거나 일본 영화 <우리 개 이야기>가 인간과 개의 소통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면, <미안해, 고마워>는 그보다 더 목적의식이 뚜렷해 보인다. 반려동물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동물유기이며, 이는 식용의 문제하고도 연관된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계도가 시급함은 두 말 할 나위 없다. 그런 목적의식을 강조하다보니 <미안해, 고마워>는 조금은 인위적이거나 작위적인 장면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진정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고마워 미안해> - 송일곤 감독

 

늙은 골든 레트리버 수철이를 매개로 죽은 아버지(남명렬)와 딸(김지호)의 화해를 차분하게 그려 나간다. 땅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는 아버지에게 딸은 집을 처분해 자신의 사업을 도와줄 것을 부탁하지만, 오랜 추억이 담긴 집의 처분에 머뭇거리는 아버지. 이로 인해 갈등이 증폭하는 부녀지간. 이 와중에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되고 딸은 남겨진 수철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한다.

 

송일곤 감독의 <고마워 미안해>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정겹게 진행되며, 모든 생명이 소중함을, 지금 막 피기 직전의 작은 꽃봉오리와 자신의 뱃속에 임신한 아이, 그리고 늙은 개 수철이 모두 소중한 생명임을 조용하지만 간절하게 객석에 전달한다. 특히 수철이 집을 떠나지 않으려 낑낑대는 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러나 사태 해결에 수철의 역할이 별로 없으며, 딸과 수철의 추억이나 공감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는 게 좀 아쉽다.

 

<쭈쭈> - 오정균 감독

 

네 편의 옴니버스 중 가장 활기차고 유쾌하다. 실제로는 우리나라에 없는 ‘노숙자 반려견 분양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로부터 배제된 노숙자나 사람들에게 버려진 유기견이나 동일한 처지임을, 그리고 그런 낮은 눈높이에서의 교감이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공을 가지고 영진(김영민)과 쭈쭈가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장면이나 웰시코르기인 쭈쭈의 눈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쭈쭈>는 또한 유기견의 운명이 주로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대게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은 ‘버린다고 해도 대충 알아서 살아가겠지’란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인간과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살아온 반려동물들은 인간의 보살핌을 벗어나는 순간 극심한 고통 속에 대부분 사고나 굶주림으로 일찍 생을 마감하게 된다. 유기견이나 유기묘의 경우 수명이 채 5년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쭈쭈>는 개에게 치유라는 놀라운 능력이 있음도 알려준다. 힘들어 하는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고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주는 능력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가장 공감할 지점일 것이다.

 

<내 동생> - 박흥식 감독

 

네 편 중 아마도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들었을 영화일 것이다. 어린 백구를 의인화해서 보여주는 것은 단지 보은(김수안)의 눈에 비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나 마찬가지로 개 역시 소중한 생명임을, 그리고 사람이 느끼는 것처럼 그들 역시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인간의 모습을 한 백구 보리는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언니 보은이 빨리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에 새침해하며, 넓은 운동장을 뛰며 해방감을 느낀다. 특히 보은이 낮잠을 자다 일어나 우는 장면은 너무도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내 동생>은 계산되지 않은 아역의 연기가 얼마나 좋을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고양이 키스> - 임순례 감독

 

전체 프로젝트를 진행한 임순례 감독의 <고양이 키스>는 유일하게 고양이를 다룬 영화다. 한 인터뷰에서 임순례 감독은 자신도 개를 다루려 했으나 세 명의 감독이 모두 개를 다루어서 고양이로 변경했다고 하는 데, 차라리 그냥 개를 다루고, 고양이는 추후 별도의 프로젝트로 했으면 통일성 차원에서 좀 더 나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고양이 키스>는 영화 중간에 삽입된 TV 프로그램 <동물농장>의 한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었음직 하다. 소위 애니멀커뮤니케이터. 고양이 키스는 고양이 눈을 보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면 고양이도 눈을 감았다 뜨는 것으로, 이는 고양이가 상대방에게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라고 한다. 물론, 눈을 감았다 뜨면 그 사이 고양이가 안 보이더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만큼 특히 길고양이와의 키스(?)는 매우 어렵다.

 

영화는 배고픈 길냥이를 돌보는 혜원(최보광)과 그런 딸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버지(전국환)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내 주위에도 길고양이의 존재 자체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연하게도 이는 인간이 저지른 추악함의 결과물이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게 되면 쓰레기봉투를 덜 찢게 되는 등 환경적으로 개선이 된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일 것이다. 어쨌거나 <고양이 키스>에서 아버지의 변화가 뜬금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좀 아쉽다.

 

아마 <미안해, 고마워>는 한국 영화 최초의 반려동물영화일 것이다. 물론 이전에 동물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영화의 홍보 팜플렛 뒤에 ‘<마음이> <각설탕> <워낭소리>를 잇는 2011년 첫 동물감동드라마!’라는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어쩌면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실망한 게 바로 이 홍보문구일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인 <워낭소리>는 논외로 하고, <마음이> <각설탕>은 절대로 동물영화, 동물드라마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어린이 영화를 표방했음에도 어린이와 개를 학대해 재미를 추구하는 <마음이>나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끝내 동생과 같은 말을 죽게 하는 <각설탕>은 그저 영화적 재미를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는 나쁜 영화라고 생각한다. 반면, <미안해, 고마워>는 너무 착해 심심하게 느껴지는 영화일지도 모르지만, 아이들과 동물들의 꾸밈없는 표정 속에서 마음의 정화와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는 고마운 영화, 착한 영화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마음이>는 전체 관람가 영화이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착한 <미안해, 고마워>는 12세 관람가 영화이다. 도대체 관람 등급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총 1명 참여)
tree
이런 영화가 있었군요 아 보러가야 겠어요.. 개뿐 아니라 고양이도 나온다니 참 방갑네요 . 관람등급 정말 어이없네요 전체관람가가 아니라니~!   
2011-06-1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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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고마워(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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