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안 본 입장에서 [워터 포 엘리펀트]는 판타지 드라마라 생각했다. 뭐, 나름대로 해석해서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한 환상이 물든 러브 판타지쯤으로 여겼다. 포스터에서도 왠지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작품을 접해보니 '판타지'가 이 작품에 존재했다면 사치쯤으로 생각되었겠구나 싶어졌다. 이렇게 짙은 드라마를 판타지로 착각하다니, 스스로 조금은 부끄러웠다. 배경은 미국 대공황기. 금주령이 떨어져 밀주가 암암리에 거래되던 시기이다. 영화 [대부]나 [스카페이스]의 배경 즈음을 떠올린다면 시기가 어느 정도는 이해될 것이라 여겨본다. 도심은 갱스터들의 천국일테지만, 전국을 순회하는 서커스단은 주로 도심 외각 지역에서 거대 천막을 치고 행해졌기에 어두운 도심 야경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국으로 서커스가 위기를 맞은 상황이라 도심의 범법과 서커스단의 거친 분위기는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주인공 제이콥(로버트 페티슨)은 코넬대학 학생으로 수의학을 공부한다. 시험을 보던 중, 부모님의 사고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져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길을 나선다. 한참을 걸어도 부모를 잃은 상실감은 가시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그는 그의 형체가 그림자가 되어 보여지는 어두운 숲 한가운데서 울음을 터트린다. 솟은 바윗돌과 물줄기가 존재하는 배경에서이다. 울고 있던 그에게 빛과 기적소리가 들려온다. 기차다. 너무 지쳐서일까? 그는 서행하는 기차를 따라가 어렵게 오른다. 이미 기차를 타고 있던 남자들에게 붙잡혀 오르게 된 것이다. 거친 사내들. 제이콥은 그들에게 떠밀려 죽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그를 살려둔다. 아침이 되었다. 주변은 시끄럽다. 아침이 되어 기차의 전면을 확인할 수 있었던 그는 이제서야 기차가 서커스단 기차라는 걸 알고 히죽거린다. 아마도 '서커스'는 즐거움을 주는 볼거리 였기에 히죽인 게 아닌가 싶다. 어차피 일자리가 필요했던 그는 서커스단에 들어 동물의 대변을 치우는 등 잡일을 한다. 그러다 단장의 아내인 말레나(리즈 위더스푼)를 보게 된다. 흰 말 실버와 함께 걷고 있는 그녀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누구에게도 표시는 안 냈지만 제이콥은 말레나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음이 확실하다. 아직 정식 단원이 된 게 아니었기에 야밤에 이동하는 기차에서 단장을 만나러 간다. 잡일꾼으로 서커스단에 있는 한 남자를 따라 단장의 방으로 갔다. 그가 마음에 안 들었던 단장은 받으려고 하지 않았으나 수의사라는 제이콥의 말에 멈칫하고 생각을 바꿔 그를 들인다. 단장의 신경을 약간씩 긁으며 말을 잘했다.
서커스단 최고 인기인 흰 말 실버와 말레나를 처음봤을 때 제이콥은 실버 상태가 안 좋다는 걸 알아챘다. 그 후 단장과 함께 실버 상태를 보러 갔고, 병이 깊어 심한 통증을 동반한 채 곧 죽을 것이다, 라는 말을 단장에게 건넨다. 단장의 이중적인 성격이 이전에도 조금씩 보이긴 했으나 실버를 고통 없이 죽이자, 라는 제이콥의 의견에 단장은 안 그런 척 꾸민 더러운 성격을 드러내고 직접적으로 화를 낸다. 이후 그의 광기가 서서히 고개를 내민다. 서커스단의 위기를 걱정하는 듯 하면서도 옳지 못 한 방법을 행해 사람을 죽이거나 동물을 학대한다. 특히 동물을 학대하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인, 말 실버가 죽고 난 후 새롭게 맞이한 동물 코끼리 '로지'에게 행한 장면이다. 로지를 조련하기 위해 쇠꼬챙이로 사정없이 찌르는 장면은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이러한 단장의 악행 때문인지 몰라도 제이콥과 말레나는 한층 더 가까워진다. 두 사람은 눈을 피해가며 사랑을 나눈다. 물론 이 관계는 아무도 모른채 길게 이어질리 없다. 눈빛으로, 행동으로 표현되는 사랑의 감정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에게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특히 까칠한 성격의 단장이 이를 모를리 없었다.
어린 나이, 사랑이란 감정이 무르익기도 전에 결혼을 해버린 말레나에게 다가온 제이콥은 그야말로 진실한 사랑을 온전하게 하는 인물이었다. 비록 삼각 관계로부터 시작된 결과는 한 편으로 비참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관객 입장으로 본 제이콥과 말레나의 관계는 사랑의 결단과 그 힘, 삶을 보이는 긍정의 결과로 나타난다.
또한 이러한 과정 속에서 큰 힘을 실어주었던 코끼리 로지야 말로 '사랑의 매개'로 보여
축복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비록 기억에 남을 장면이 코끼리 로지의 서커스 재롱과 단장에게 가한 장면, 제이콥의 고백과 말레나의 결심으로 기차에서 뛰어내린 장면 정도로 많지 않지만, 사랑을 향한 감정과 결단이 관람하는 이에게 다가와 긍정을 이룬다는 점에서 멋진 작품이다.
서로 사랑하돼,
아직 고백하지 못했거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생각 많은 남녀'에게 추천하는 작품.
이후 몇 줄 :
1. 로버트 패틴슨 히죽이는 연기가 못 마땅했는지(어색한 표정을 가리려했는지)
얼굴 분장시키고 크림과 물로 범벅시킨 장면은 생각해 보니 참 웃긴다. 그래도 연기 못 하는 걸 전부 가릴 순 없지! 휴~
2. [워터 포 엘리펀트] 제목을 생각해보니, 로지가 제이콥과 말레나를 향해 코로 한껏 물을 들이킨 후 뿜었던 장면이 생각난다.
영화를 관람한 분들께! 로지 정말 똑똑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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