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로 얼룩진 사회 속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특유의 유머를 곁들여 공감가는 재미로 살려강우석 감독의 최근작은 <이끼>처럼 또 한번 놀라운 변신을 보인다. 다소 무거운 소재를 거친 액션을 통해 이야기했던 전작들과 달리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끼>에서의 변신처럼 <글러브>도 관객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야구'라는 공통의 언어를 통해 청각 장애를 가진 장애우들이 정상인들과 삶의 공감대를 찾아가며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글러브>는 강우석 감독 작품 색깔이 분명하지만 또한 자신만의 색깔을 최대한 억제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여전한 위트 넘치는 대사나 코믹스런 장면에선 강우석 감독이란 걸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전체적인 작품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는 감독의 역할을 최대한 줄이고 배우들끼리의 합심된 힘으로 작품을 끌고 간다는 점에선 강감독의 존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이끼>에 이어 다시 한번 감독과 호흡을 맞춘 정재영이나 유선의 역할이 컸고 이들과 함께한 야구부원들이 있다. 배우 정재영은 이번 작품에서 김상남이라는 야구선수를 연기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유선도 정재영과 시종 티격대면서도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 여교사로 등장해 <이끼>에서보다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더욱 빛나는 주연들은 단연 야구부원들로 야구 선수를 연기하기도 힘들었을 그들은 수화로 대화하며 청각장애인으로 훌륭히 변신해 보는 이들의 감동을 끌어내는 주역이 된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감동적인 연기만큼이나 스스로를 배역과 일치시켜 혼신을 다한 모습에서 감독이 바라는 연출은 극대화 된 때문이리라. 그리고 맛깔스런 조연들의 연기도 군더더기 없이 녹아들어 조화를 이루는 모습도 야구가 특정 포지션의 한 선수에 힘으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영화에서도 보게 된다.
한때 스포츠를 다룬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벅찬 감동을 주었지만 이젠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무리한 해피엔딩식 결말을 이끌어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결말은 보는 내내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과도하게 억지스럽지 않게 충분히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다소 현실성이 부족한 대목의 아쉬움을 메우며 감동을 전한다. 가령, 1루에 주자가 나가면 반드시 1루수는 베이스에 붙어 있다는 점이나 태그를 피해 공중을 날아가는 모습, 타석에서 타자가 자리를 고르는 상화에서 흙이 미치는 영향등은 감동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된 설정으로 이런 장치는 곳곳에 있지만 대부분 물 흐르듯 자연스레 넘어가며 전체적으로 관객이 감동을 느끼기에 전혀 무리없는 결말까지 이어진다.
"에필로그"
그들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그들의 함성은 벅찬 감동으로 울려 퍼졌고 가슴을 울렸다. 스스로의 한계에 갇혀 포기하기 보다 다시 시작하며 일어서는 이들의 모습은 진심으로 박수를 치게 했고 그 박수는 작품으로도 이어졌다. 끝까지 해 보겠다는 아이들의 1승... 과연 이루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