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이 자신의 공간안에 들어오게 되면 일단 경계하는 게 사람 심리다. 본능적인 자기방어 기제가 발동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대략 20cm에서 30cm가 최소 거리라고 하는데 이게 무시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엘리베이터나 만원 지하철이 그런 경우인데 이때는 몸이 서로 밀착되는 경우가 있음에도 방어기제를 발동할 수 없는 상태라고 스스로 포기하는 마음가짐 때문에 그렇다. 만원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어느 정도 안정된 공간을 간신히 확보하고 나면 오히려 낯선 이에게서 친밀감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상태는 일종의 평형유지상태라고 보이는데 더 이상의 외부로부터의 압박은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주는 잠시 동안의 심리적 안정이다. 만약 이 일시적인 상황이 새로운 역에 도착하게 되면 또다시 흔들리게 되며 다시 방어기제를 발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 이층의 악당에서 소설가로 등장하는 남자는 바로 외부로부터의 낯선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집주인 여자는 기존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며 다소 불안해 보이지만 평행유지상태를 견지하고 있다. 목적달성을 위한 남자의 집요한 공략에 여자는 흔들린다. 남자는 여자가 최종 목적은 아니지만 여자로서는 그게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자극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걸 일종의 안도라고 여기는 것으로 보였다. 全般性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그녀이기에 더더욱 그래보였다.그런데 그게 아니구나라고 느꼈을 때 그녀는 다시금 방어기제를 발동한다.
이 영화는 마냥 낄낄거리고 웃기려는 코미디는 아니다. 일반적 로맨틱 코미디와 다르게 한 마디정도 꺾여 가라앉은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하려고 하는데 그 안에 범죄행각과 집주인 여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최대한 살려놓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엔티크한 세트 역시도 방방뜨는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이층이라는 공간을 제목으로 달긴 했지만 지하실이 더 큰 역할을 해냈다. 영화중반 한석규가 보여준 지하실 탈출장면과 엄마손 파이의 시퀀스는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자 놓쳐서 안될 일이다.
그렇다고 눈살 찌푸리며 범인놀이나 하는 그런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수시로 웃을 수 있는 힘은 남자 한석규의 몫이다.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그의 재미있는 수다는 성공적이었고 그런 그가 영화 데뷔작인 <닥터봉> 시절 펠로우였던 김혜수와 호흡을 맞춘 것은 다행으로 보인다. 이 자체가 영화 홍보자료로 쓰일 정도이니.
나이 들었다는 말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두 사람, 실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다산가족의 아버지인 그와 불혹임에도 여전히 성적 매력을 폴폴 풍기는 미혼의 그녀, 사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다소 허전한 맛이 없지 않다. 남자의 행위가 딱히 절박하다고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런 점도 있어 보인다. 재벌 2세의 경거망동도 사실 그 남자와 그 여자의 “밀당”과는 밀착된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대신 단독주택이라는 좁은 공간안에서 수시로 주고 받는 시츄에이션 로맨틱 코미디와 그 실체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고민이 살짝 되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스릴러가 한데 어우러진, 누구와도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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