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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와 격려... 레인보우
ldk209 2010-11-25 오후 1:01:22 976   [0]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와 격려...★★★★

 

개인적으로도 무척 궁금했던 사안 중 하나가 영화감독은 평소 뭘 하며 먹고 사는가였다. 한 편에 수억원의 개런티를 받는 유명 감독이야 연출료 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감독들이나 아직 입봉하지 못한 신인감독들 말이다. 언젠가 영화계 쪽에 있는 후배와 술을 마시다 갑자기 생각나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바로 형 눈앞에 있잖아” 그 후배도 시나리오 쓴다며 몇 년째 백수같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중이다. 그 외에도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으며, 영화에 나오듯이 사진 또는 영상 촬영을 하기도 하며, 강연료로 생활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주위에서 대체로 백수 비스무리하게 본단다.

 

암튼, 영화의 주인공 김지완(박현영)은 영화감독이 되겠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5년째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다들 그렇듯이 처음엔 쉽게 고지에 오를 것만 같았다. 그러나 고치고 또 고쳐도 도대체 끝나지 않는 수정 작업. 그러다 결국엔 홀딩 상태. 다른 제작사로 옮겨도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이래서 문제, 저래서 문제. 처음엔 응원하는 듯하던 남편(김재록)과 아들 시영(백소명)도 점점 눈치를 주기 시작하고, 면박은 심해져만 간다. 예전에 촬영했었던 밴드 ‘레인보우’에 대한 이야기에 영감을 얻어 뭔가 새로운 음악영화를 시도하려고 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다. 남은 것은 그저 허울뿐인 감독이란 호칭 뿐.

 

<레인보우>는 신수원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다룬 영화다. 따라서 영화엔 신수원 감독이 입봉을 위해 충무로에서 겪어야 했던 다양한 경험들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시나리오에 촉이 없다’라거나 ‘뚜렷한 색깔이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자기만의 뚜렷한 색깔을 담으면 ‘대중성이 없다’고 힐난한다. ‘뚜렷한 장르가 없다’고 하다가도 ‘장르영화가 되겠어’라며 핀잔을 준다. 프로듀서와 협의 하에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프로듀서는 제작사 대표 앞에선 정치적 행태를 보이며, 모든 잘못을 감독에게 넘기려 한다. 이쯤 되면 한 소리 나올 법하다.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심지어 자기가 열심히 쓰고 있는 시나리오와 동일한 설정의 영화가 다른 제작사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어 중도 포기해야 되는 경우도 생긴다. 영화에선 이 부분을 스치듯 지나가버려 정확히 어떤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영화계에선 드러내놓고 말하기 곤란한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고 한다. 이는 관객 입장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어떻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할 수 있을까?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아무튼 <레인보우>는 한국 영화계의 감춰진 진실을 폭로하고자 하는 영화는 아니다.

 

엄밀히 말해 <레인보우>는 성공담을 담은 영화가 아니며 오히려 실패담에 가깝다. 영화에서 주인공 지완은 온갖 수모를 감내하며 입봉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끝내 영화감독이 되지 못한 채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럼에도 영화에 원한과 복수의 날이 서 있지 않고 오히려 가슴 따뜻한 유머와 포근함으로 채색되어 있다는 건 분명히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느낌은 이미 <레인보두>가 개봉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틀에서 영화감독으로서 장편 데뷔를 이루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신수원 감독은 자신이 시나리오 작성 과정에서 제작사로부터 받았을 온갖 스트레스와 이해할 수 없는 요구들을 <레인보우> 안에 녹여 넣기로 작정했던 것 같다. 이는 ‘당신의 시나리오엔 특정 장르가 없이 혼재되어 있으며 이런 영화는 제작할 수 없다’는 지적에 보란 듯이 <레인보우> 안에 여러 장르를 혼합해 놨다는 것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드라마 장르인 <레인보우>는 음악 장르 영화이기도 하며, 뮤지컬 장르를 선보이기도 한다. 또한 본질적으론 성장 영화라고도 할 수 있으며, 한국에선 성공하기 힘들다는 판타지 장면들을 수회 삽입해 놓기도 했다.

 

다음으로 지완은 시나리오의 기본(?)이라는 ‘모든 인물들의 행동엔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명제에 “아무런 목적 없는 행동도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을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영화엔 소위 ‘멍 때리는’ 장면이라든가 별 의미 없이 무심코 하는 행동이 무심한 듯 담겨져 있다. 그러니깐 굳이 ‘모든 인물의 행동이 꼭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되는 건 아니다’는 귀여운 항변인 셈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핵심이 바로 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일종의 실패담을 담은 영화의 온기가 실패와는 다르게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건 <레인보우>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자체의 소중함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지완은 그냥 길을 지나는 중이다. 사람들은 그것에 시비를 건다. “도대체 어딜 가냐고?” “그냥 지나간다”고 말해도 소용없다. 심지어 폭력까지 행사하면서 길을 걸어가는 목적을 추궁한다. 지완은 끝내 폭발한다. “나도 맞으면 아파” “그냥 지나간다고. 그냥 지나가는 중이라고” 조금은 미숙해도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며, 딱히 목적이 없어도 길을 걸을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라고 지완은, 신수원 감독은 그렇게 말하는 중이다.

 

※ 관객 입장에서 ‘행인3’은 그저 스쳐 지나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행인3’ 역시 그 자신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 루저란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이고, 위너는 더 이상 얻을 게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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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2009, Pedestria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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