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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첩보물을 차용하여 긴박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오프닝일뿐 묘하게 꼬인 인간군상들의 이야기가 뒤따라 등장한다. 처음엔 매우 어수선한 등장인물의 설정이 복잡해보이지만 잠시후 그물코처럼 묘하게 얽힌 그들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코엔형제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CIA는 대체 저 안에서 뭘하고 있을까? 냉전도 체제의 위기도 사라진 세상에 무슨 할일이 남아서 저토록 높은 담벼락을 세우고 수근덕 거릴까? 코엔형제는 국가간의 음모를 걷어내고 개인의 지엽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 CIA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 고작 저 따위야. 여자의 뒷조사나 하고 불륜을 목격하고 사고 뒷수습이나 하고 앉았지.
처음의 시작도 국가간 정보분석가를 자르는 것이다. 남아도는 인력을 재배치할 여력도 없는 모양이다. 문제는 거기서 비롯된다. 앙심을 품은 정보분석가는 사표를 던지고 회고록을 작성하는데 그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질은 하찮은 것들뿐이다. 이 정보로 인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우수꽝스러운 전개를 통해 어처구니없는 결말을 낳는다.
우수꽝스러운 것은 등장인물도 마찬가지다.
뜬금없이 '맥이냐? PC냐?' 묻거나. 이대 나온 정마담의 대사처럼 '어떻게 미국인에게 이럴 수 있냐?'라거나, 1000달러가 넘는 최신식 딜도를 100달러에 만들고서는 인류에 공헌한 것처럼 떠벌리거나, 전신성형이 지상최대의 과제인 사람들이다.
돌이켜보면 이영화는 우리 모두를 조롱거리로 만든다. 성형에 중독된 우리, 거리든 어디든 아이팟을 꽂고 흔들어 대는 우리, 인터넷의 즉흥만남을 주선하는 우리, 바람 피면서도 죄책감없이 이상한 괴변을 늘어놓는 우리, 사랑보다는 경제논리로 배우자를 대하는 우리의 단편들이 중첩된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웃지만 사실 우리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상황이 다르고 강약이 다르지만 우리 역시 돈으로 사랑을 쫓고, 소통을 거부하고 음악에 몰두하며, 외모가 지상 최고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어딘가 강박증이 있고 엉뚱한 소재에 관심을 가지면서 매니아라고 자처한다.
코엔의 많은 영화가 그렇듯이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지만 결코 그럴 수 없다. 이렇게 많은 스타들이 모두 바보처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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