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장 자크 아노의 <베어>, 클로드 누리드사니와 마리 페렌노우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뤽 자케의 <펭귄: 위대한 모험>을 보았다. <베어>가 동물을 캐스팅한 픽션에서 이끌어낼 만한 최대치의 감동을 선사했다면 뒤의 두 작품은 끈질긴 의지와 정교한 테크놀로지로 완성된 다큐멘터리의 모범을 남겼다. 그렇다면 후발 주자로서 <리틀 비버>가 선택할 전략은 많지 않다.
우선 <리틀 비버>는 <베어>와 같은 노선을 걷는다. 하시나 벨카셈의 각본에 맞춰, 제작진은 한데 어울려 살지 않는 비버, 늑대, 살쾡이, 곰, 스컹스, 수달, 사슴, 부엉이 등을 한자리에 모아 많게는 12주가 넘도록 서로에게 적응할 시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리고 충분히 상황이 마련되었다고 판단되자, 캐나다 국립공원의 거대한 야생 숲에서 벌어지는 동물들의 무심상한 몸짓과 울음소리로부터 인간이 이해할 만한 범위 내의 드라마를 끄집어냈다.
프랑스판 원작에는 내레이션만 삽입되었던 반면, 한국 개봉판에서는 화려한 목소리 출연진이 등장한다. 비버 역으로는 최근 예능프로에서 ‘김구라의 아들’로 사랑받는 김동현이 출연하며, 그외에 내레이터 유재석, 늑대 두목 이경규, 늑대 부하 김구라, 아저씨 비버 이계인, 살쾡이 ‘왕비호’ 윤형빈, 스컹크와 사슴 등 갖가지 동물 목소리로 김영철이 등장한다. 이 익숙한 목소리들은 동물들의 예측 불허한 행동을 임의대로 단정지으며 한편의 TV 예능프로를 만들어간다(그중에서는 깜찍한 살쾡이 역의 윤형빈이 단연 돋보였다). 아동 관객을 겨냥한 어쩔 수 없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화면 속에서 단순명료하게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동물들을 보노라면 굳이 인간의 해석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변하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