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믿음이 가는 배우 조재현과 듬직한 산같은 배우 박인환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열심히 쌓아가는 윤계상이 만들어냈다는 진자한 영화 <집행자>.
영화는 현재의 우리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면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정확히 반영한다 함은, 12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강력범죄로 인해 극악무도한 흉악범들을 사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가 한 발 더 나아간 것은, 결국 그 여론에 떠밀려 사형을 집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형집행을 앞둔 교도소. 그곳에서 펼쳐지는 일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해가는 사람의 마음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하겠다.
12년 전까지만해도 수도 없이 사형을 집행해왔던 사람의 번뇌와, 누군가를 사형시키는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사람의 불안함. 사형수로 살아왔으면서도 사형을 당할 날을 마주하고서야
느껴지는 참담함과 과거에 대한 회한. 그 복잡 미묘한 것이 친구와의 재회 속에서, 여자친구와의
갈등 가운데, 감자탕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하는 그 마음과 함께 나타난다.
'내 마음은.... 내 생각은....' 이라고 직접 이야기하지 않지만, 영화는 그들의 고민을 곧 영화를
보고 있는 나의 고민으로 바꾸어 놓는다.
나 또한 밤 길 두려워지게 만들고, 여자 아이를 낳아 기르기 두려워지게 하는 요즘의
사건사고들을 접할 때면, 이해할 수 없는 그 가해자들을 마구마구 욕하게 된다.
하지만 '저런 자식은 죽여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멈칫하게 되곤 했다.
'타인의 생명'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므로.
물론 이것은 내가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어보지 않아서 하는 한량같은 소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