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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여진 스토리와 개성적인 캐릭터들은, 굳이 어린이 시각으로 눈높이를 맞추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고, 어린이들이 보기에도 간결미가 적당하다. 인간에 의해서 멸종되고 있는 동물들의 위기라는 얼핏 딱딱한 에코적 소재를, 경쾌하고 부드럽게 비틀어서 애니메이션 전체를 통해, 관객에게 주제를 한번 턱하니 던져주고는, 재미로 채워나가는 솜씨가 제법 수준급이다.
사람들은 한번쯤 자신이 특별히 재수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봤을 것이다. 멸종위기에 놓인 수컷 살쾡이 링스도 그런 생각을 한다. 링스는 어쩌면 자신이 재수없는 살쾡이어서, 아기 살쾡이들이 더이상 태어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동물 보호소를 무려 40번이나 드나든 링스는 그곳에서 암컷 친구를 만난다. 그런데 여자 친구를 처음 만난 날, 여자친구가 납치된다. 동물들의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오히려 동물들을 잡아가두는 백만장자 노아에게 납치된 것이다.
음모론에 여념없는 수다쟁이고, 하는 일 없는 사고뭉치지만 그래도 링스를 가장 걱정해주는 카멜레온 거스, 평소엔 시니컬하고 잘 삐치지만 싸워야 할 순간이 오면 용감하게 악당 매와 맞서는 매 아스타르트, 거스와 티격태격 늘상 다투지만 가장 돋보이는 활약상을 보이는 날쌘녀 염소 베티, 땅 속 세계를 주름잡고 땅 속을 통해서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두더지 루퍼트 등 친구들과 함께, 링스는 여자친구를 구출하기 위한 모험을 감행한다. 그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재밌는 캐릭터는 맨손으로 늑대왕을 때려잡는 악당 사냥꾼과 그 부하 중, 많이 모자라 보이는 뚱보와 말라깽이다. 심하게 4차원인 뚱보와 말라깽이는 엑스맨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백만장자 노아는 멸종 동물들을 위한답시고, 암수 한 쌍씩을 납치해서, 동물의 천국을 만들어주려는 꿈을 품지만, 그건 인간의 방식일 뿐. 링스와 그 친구들은 동물들만의 방식으로 멸종 위기를 타개해나간다. 여자친구를 구출해서 둘이 함께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살쾡이 링스가 멸종위기를 타개하는 방식이고, 애니매이션 전체를 관통하는 감독의 질문이다. 링스의 여자친구 링세트와 노아의 대화가 재미있다. 노아는 "멸종해 살아있지 않다면 자유가 무슨 소용이 있어?"라고 말하고, 링세트는 "자유가 없다면, 살아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죠?'라고 말한다.
링스의 더빙은 은지원이 했고, 아마도 대사가 가장 많을 것 같은 수다쟁이 거스는 국민 어린이 왕석현이 했다. 은지원의 더빙은 너무 평범하다는 인상을 준다. 석현이의 더빙은 그 많은 대사를 다 소화하랴, 발음도 정확히 하랴, 캐릭터도 살리랴 열심히 노력했음이 역력하다. 링스의 목소리에서 은지원의 향기가 별로 묻어나지 않지만 반대로 거스의 목소리에서는 날것으로 석현이가 들어가 있다. 아마도...더빙 감독의 의도였던 것처럼 보이는데... 석현이의 귀여운 이미지를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담으려는 기획일 것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은지원은 의미없는 우문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길게 답변할 정도로 성실했고, 눈이 나빠서 다섯번째 줄에 앉아서도, 석현이가 안경을 쓰고 나왔는지조차 몰랐지만 석현이는 귀여웠다. 컴퓨터에 많이 올려주세요. 라는 말을 연습하고 나온 듯, 석현이는 세 번이나 씩씩하게 말했는데, 그럼, 석현아, 컴퓨터에만 올리고 인터넷에는 안 올려도 되는 거야? 라고 말해주려다 말았다.ㅎㅎ
링스의 모험은 밝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아마도 더빙의 영향으로 영화 분위기는 원작과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더빙을 하지 않으면 어린이들은 보지 못할 것이고, 더빙하면 원작 분위기와 많이 달라지는 딜레마 속에서, 언어가 다른 관객들은 그 중 하나만 경험한다. 요즘엔 방송사들 경제 사정 때문인지 텔레비전 영화 질이 갈수록 볼 것이 없지만... 텔레비전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다. 자막을 읽지 않아도 되고, 전문 성우들이 전달하는 감성은 각 개별 영화들의 특성을 비교적 잘 전달하는 듯하다. 영화를 보면서 더빙 훈련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스맨 뚱보와 말라깽이 행동 중에 가장 웃겼던 건, 모든 걸 놀이로 착각하는 4차원 분홍색 학(아마도 홍학인듯)을, 박쥐로 착각하고 잡아가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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