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소머즈에게 완성도 있는 블록버스터를 원한건 아니지만 <지.아이.조>는 확실히 기대 이하다. 양적으로 욕심을 부린 CG는 질적인 결함을 보이고 강약조절에 실패한 액션은 파괴력이 부족하다. 진부하고 전형적인 과거사는 매력 없는 캐릭터를 더욱더 평면적으로 만든다. '적어도 웃기긴 하겠지' 라는 기대─<미이라> 시리즈에 근거한 ─는 초등학생 수준의 유머 앞에서 무참히 무너지고 만다.
단조로운 이 블록버스터에서 그나마 흥미로운 점을 찾는다면 거기엔 스톰 셰도우가 있다. 단연 눈에 띄는 흰색 의상부터 신비로운 아우라와 무게감 있는 딕션까지, 영화를 통틀어 가장 도드라지는 인물이다. 텍스트 상으로도 스톰 셰도우는 어느정도 흥미로운 인물이지만, 만약 이병헌이 연기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눈길을 끌진 못했을 것이다. 이병헌에게는 캐릭터에 깊이와 입체감을 불어넣는 재주가 있다.
비중있는 출연분량과 완벽한 영어 '연기'('영어' 연기가 아닌)를 선보인 그는 헐리웃에 가장 안정적으로 진출한 한국배우가 된 것 같다. 이 배우가 이런식으로 소비된다는 것, 일년의 기다림 끝에 이런 작품으로 만나야 한다는데에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스타성이 좋은 작품을 고르는데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 배우가 헐리웃에서의 성공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앞으로 그가 좋은 작품으로 우리 곁에 돌아올 것은 명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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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2009, G.I. Joe : The Rise of Cobra / Dark Sky : First Strike)
제작사 : Paramount Pictures, Di Bonaventura Pictures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CJ 엔터테인먼트 /
공식홈페이지 : http://www.gijoemovi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