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6’이란 기관명부터가 노골적이다. <스톰브레이커>는 꼬마 007의 이야기다. 미녀 본드걸은 등장하지 않지만, 본드에게 무기를 대주던 Q박사는 있다. 알렉스는 장난감 가게를 찾아가 밧줄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요요, 낙하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책가방, 그리고 닌텐도 DS를 가장한 추적장치 등을 받는다. 대규모 학살을 꿈꾸는 억만장자와 대결한다는 구도도 007 시리즈에 대한 직접적인 향수다. 게다가 사건을 해결한 알렉스는 여자친구까지 얻는다.
영화의 원작은 영국의 하이틴 소설 작가인 앤서니 호로비츠의 동명 소설이다. 영국에서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더불어 판매순위 1, 2위를 다툰 작품이다. <스톰브레이커>는 원작에서 받은 영감을 동시대의 다른 흥행작과 결부짓는다. 007 시리즈를 이야기의 축으로 놓고, 제이슨 본이 일깨운 추격전에 대한 관심이 약간, <옹박>에서 비롯된 아날로그 액션에 대한 애정이 약간이다. <트랜스포머>가 자극한 10대 소년의 로망이 정서상의 축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시간상 맞지 않는다. <스톰브레이커>는 2006년에 제작된 영화다. 영감을 엮는 상상력 면에서 볼 때 <스톰브레이커>는 다양한 재미를 함유한 액션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시종일관 장난치는 패러디영화로 만들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톰브레이커>는 그 어느 쪽의 방향도 찾지 않은 영화다. <총알탄 사나이> 같은 데이비드 주커의 패러디영화와 비교할 때 <스톰브레이커>는 너무 정색하고 나선다. 허허실실 첩보영화인 <겟 스마트>에 비해서는 웃음의 포인트가 적다. 스파이영화다운 긴장감을 만끽하기에는 이미 우리가 본 영화가 너무 많다.
긴장감없고, 웃음기없는 <스톰브레이커>에서 흥미로운 건 의외의 캐스팅이다. 주인공 알렉스의 삼촌 이안 라이더를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가 영화가 시작한 지 2분 만에 죽은 뒤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 놀랄 건 없다. 국내 포스터에는 중심 인물로 나와 있지만, 사실 그는 카메오다. 나사가 풀린 MI6의 수장을 연기하는 빌 나이의 모습은 오히려 신선하게 보인다. 한국 관객에게는 <배트맨4: 배트맨과 로빈> 이후로 나타나지 않았던 알리시아 실버스톤도 반가운 얼굴이다. 일본 문화에 경도되어 일본 음식과 일본어를 사랑하는 알렉스의 보모가 그녀의 배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