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는 '잘해야 본전'이란 말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는 얘기가 붙던 작품
<무적자>는 그렇기에 기대가 높지않아도, 잘해야 본전이었던 작품입니다.
물론, 그 작품을 완전히 리메이크하겠다기보다 그 인물과 스토리 구조만
따와서 한국적, 송해성식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다는 건 당연하지만요,
그래도 사람들의 이목을 받은만큼 부담이 큰 작품이었습니다.
사실상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얼개만 따와서 '송해성식의 드라마'를
펼쳐낸 영화에 가까웠습니다. 느와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약한 느낌이고,
이전 작품들과 같은 '드라마의 감정선'이 매우 잘 살아있던 영화였습니다.
<파이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말이죠.
그런데, 저는 이런 부분이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뻔한 듯 해도 울컥~하는 그 감정말이죠.
정말 여자배우는 나오기나 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이 영화는 '남자영화'입니다. 주진모, 송승헌, 김강우, 조한선.
이름만 들어도 남자느낌이 물씬 나는 배우들만 모아놨지요.
탈북의 벽으로 인해 갈라진 형제의 비극적인 관계. (혁과 철)
진한 혈연보다 더 진한 의리를 보여주는 두 남자. (혁과 영춘)
이 모두를 누르고 세상의 꼭대기에 서고싶은 남자. (태민)
이렇게 엇갈리고 엇갈린 남자들의 비극적인 감정을 그려낸
송해성의 '드라마'. 혈연, 의리, 야망, 충분히 드라마적인 요소로는
베스트에 꼽히는 소재들입니다.
24년 전에 나온 <영웅본색>에서 빛났던 소재들은 지금봐도 사실 빛납니다.
하지만, 요즘 관객들에게는 이런 부분이 낯간지러울 수도 있겠더군요.
혈연앞에 울고, 의리앞에 울고, 야망에 또 한번 울고...
남자들의 찐~한 감정들은 이 영화에서 모두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저는 요즘에는 이런 부분들이 보기드물어서인지, 왠지 더 짠하더군요.
확실히 송해성 감독님이 이런 '감정선 부분'은 잘 연출해내시는 듯.
그런데, 요즘 관객들은 <아저씨>와 같은 빠르고 센 느낌의 영화엔 열광하지만,
느리고 묵직하게, 감정으로 이끌어내는 이런 드라마적인 영화에는
그다지 큰 열광이 없는 듯 하더군요.
짠하긴 하지만, 조금 답답하고 구식같다는 느낌?
이 영화에서 주진모씨의 연기는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눈빛이 살아있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송승헌이 맡은 영춘역은 사실상 유명한 이쑤시개 문 '주윤발'의 역할인데,
캐릭터자체가 폼생폼사라고는 해도 너무 몰입이 안되더군요.
그야말로 폼만 잡다 간 캐릭터... 감정선의 공감이 제일 약했습니다.
김강우의 동생 철은 답답하기만 한 캐릭터였고,
조한선의 캐릭터와 연기가 그나마 눈에 띄더군요. 정말 비열한 연기...
군대가기전에 한껀 한 듯. ^^;
느와르라고 하기에는 비정한 그런 세계를 그려냈다는 느낌보다,
남자들 간의 의리와 감정을 주로 다룬 느낌이 커서인지 그냥 드라마 같았습니다.
영화 <친구>가 좀 생각나기도 했다는.
금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나눠먹기 흥행을 하고있는 추석극장가라
100~200만의 성적도 겨우 기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액션씬도 볼만한데 많지는 않고, 재밌다는 느낌보단 드라마를 본 느낌이라
관객반응도 뜨겁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전 이런 감정선을 가진 영화가 좋더군요~
확실한 건 '영웅본색'을 생각하고 보면 절대 안된다는 점...
'송해성식으로 풀어낸 남자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무적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