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대위 마르첼리(브누아 마지멜)는 프랑스 최고의 파일럿이라 인정받는 실력자. 어느 날 절친한 동료인 발로아(클로비스 코르니악)와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대열을 이탈한 전투기 미라지 2000과 마주하고 발포하지 말라는 상부의 명령에도 발로아를 위협하던 미라지 2000을 격추시키고 만다. 그리고 군사 재판에 회부돼 지위 해제될 위기에 처한 그들 앞에 스페셜 미션팀의 수상보좌관이 나타난다. 사건에 의혹을 갖고 있던 보좌관은 그들에게 미국 전투기와의 비행 시합을 제안하고 하늘을 떠나 살 수 없었던 이들은 이 위험천만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여기에 중동의 무기상, 한때 마르첼리와 사귀었던 미국인 파일럿 카스, 또 다른 미국인 파일럿 헤짓 등이 끼어들며 사건은 한층 복잡해진다.
<마하 2.6: 풀스피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스피드에 집착하는 영화다. 마하 2.6은 시속 3000km를 넘어서는 속도. 프랑스 전투기 미라지 2000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력을 의미한다. 이렇듯 자국의 전투기를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국가간 분쟁이 도화선이 되는 다른 액션물들처럼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은근히 강조한다. 마하 2000과 미국 전투기를 대놓고 비교하는가 하면 이들의 비행 대결을 조장하기도 하는 것. 중동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태도나 빈약한 플롯, 인과관계가 결핍된 듯한 남녀의 사랑담 등도 할리우드표 액션물과 크게 다르지 않을뿐더러 진중하고 침착한 성품의 마르첼리, 시시껄렁한 농담에 여자 뒤꽁무니나 뒤쫓는 발로아의 투톱 콤비플레이 또한 낯익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스피드를 자랑하는 작품답게 영화 초반 진열되는 비행신의 쾌감은 꽤 강렬하다. 하늘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현실적으로 넓은 스크린 위에서 전투기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구름 속에 몸을 숨기고 180도 회전하다가 재빨리 선회하는 모습은 3D 입체영화관 못지않은 전율을 선사한다. 요란한 비행기 엔진 소리와 더불어 들려오는 빠른 리듬의 음악 역시 화면에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플롯을 치밀하게 구축하지 않는 이상 CG 작업을 배제하고 고공 촬영을 감행하는 노력은 쉽게 보상을 받을 수 없을 터. 중반 이후 지루해진 화면에선 처음의 스릴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하 2.6: 풀스피드>는 <택시>에서 한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바 있는 제라르 피레스 감독의 열한 번째 연출작. 피레스 감독은 실제로도 스피드광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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