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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포지옥 란포지옥
sunjjangill 2010-09-16 오후 4:41:16 426   [0]
원행자(遠行子)는 짓소지 아키오 등 네 명이 감독이 나눠 연출한 ‘란포지옥’을 디비디로 봤습니다.

“미스터리 소설가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범죄형이다. 즉 범죄 자체에만 흥미를 가지고, 추리적인 미스터리 소설을 쓸 때도 범인의 잔학한 심리를 추구해서 쓰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는 작가이다. 또 하나는 탐정형이다. 극히 건전하고 이지적인 탐정의 추리에 대해 흥미를 가질 뿐 범죄자의 심리에 대해서는 일체 표현하지 않는 작가이다.”

에도가와 란포가 중편 ‘음울한 짐승’에 쓴 말입니다. 이 작품의 화자는 자신을 탐정형 작가라고 합니다만, 에도가와 란포는 범죄형 작가입니다. 인간의 병적 심리를 그린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읽으면 한기가 스멀스멀 피부를 타고 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촉각으로 읽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에도가와 란포의 네 작품을 각색해 만들었습니다. 일본 추리문학의 맨 앞에 서 있는, 자신의 이름을 딴 상이 있는 이 대가의 작품을 영화로 옮기기 위해 네 감독들은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네 감독은 병적 기질이 농후한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영상으로 그리기 위해 형식에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화성의 운하’는 짧은 상영시간 동안 소리가 없습니다. 침묵 속에서 죄책감에 억눌리는 한 양성인간을 보여줍니다. 형식미의 절정은 두 번째 작품 ‘거울지옥’입니다. 광각렌즈로 일본 저택을 심도 있게 잡은 화면 여기저기에 거울을 놓아서 현란합니다. 게다가 화면을 대부분 사각으로 촬영해 좌우로 기울은 화면은 어지럽습니다. 감독은 현란하고 어지러운 화면 위에 나르시시즘의 극한을 펼칩니다. 원행자는 네 편의 작품 중 ‘거울지옥’을 제일 좋아합니다. ‘우충(배추벌레)’의 황폐한 세트나 ‘벌레’의 조화로 가득한 인공적인 세트 역시 형식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원행자는 네 작품 중 ‘거울지옥’과 ‘배추벌레’는 원작을 읽었습니다. 많이 각색했더군요. ‘거울지옥’은 모든 비추는 것에 미친 한 남자가 보여 주는 나르시시즘, 훔쳐보기, 가학 심리 등 원작의 여러 병적 현상 중 나르시시즘만 선택해 범죄 이야기로 옮겨 증폭시켰습니다. 좋은 각색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울 장인인 토오루는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으면 거울이 자신을 싫어해 자신의 모습을 잘 비춰 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자신과 관계를 맺은 여자를 살해합니다. 나르시시즘도 이 정도면 중증입니다. ‘배추벌레’는 전쟁에서 사지를 잃고 돌아온 남편을 돌보며 서서히 자신을 잃고 남편을 학대하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만, 영화는 여자가 남편의 사지를 잘라 전쟁터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고 각색합니다. 각색자는 초점을 가학 심리에서 병적 소유욕으로 옮겼습니다. 이 작품에서 안채에 살며 부부를 훔쳐보는 청년의 이름은 히라이 타로입니다. 바로 에도가와 란포의 본명입니다. 오마주겠지요.

네 작품에 모두 아사노 타다노부가 등장합니다. 그 중 두 작품엔 아케치 고고로로 출연합니다. 제가 읽은 작품에서 에도가와 란포가 아케치 고고로의 생김새에 대해 묘사한 것은 영리하게 생겼다가 전부입니다. 작품만으로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케치 고고로의 생김새를 생각하면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의 아케치 경감만 떠오르네요. 아사노 타다노부는 … 글쎄요, 아케치 고고로에 잘 어울리는 것 같나요?

(총 0명 참여)
kooshu
thanks~   
2010-09-1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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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포지옥(2005, Ranpo N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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