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는 동안 하나의 영화와 하나의 오락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일단 인셉션이 떠올랐다.
인셉션에서는 꿈속의 장면을 미리 설정하여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예정된 수순을 밟아나가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시라노에서도 같이 일하는 종업원, 내리는 비, 우연을 가장한 만남 등
배경설정부터 심어놓은 사람까지 모두 다 한 여자의 마음을 얻기위해
인위적으로 설치한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며 예측불허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MBC에서 방영중인 뜨거운 형제들에서 아바타주식회사라는 코너에
'아바타'는 본인의 자유의지를 버리고
주인의 통제를 받으며 명령을 따라야 한다.
시라노도 마찬가지다.
시라노에서도 연애에 쑥맥인 남자를 대신하여
시라노 연애 조작단이라는 회사에서
모든 대사와 행동을 명령한다.
대사 표정 하나까지 짜여진 각본 아래
남자는 그것을 100%암기하고 똑같이 실천에 옮겨야 한다.
심지어 스타일부터 취향, 취미, 시선처리까지 모두 바꿔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두가지 소재가 결합한 것이 시라노다.
인셉션처럼 인위적으로 설치하고
아바타처럼 통제시키며 명령하는 두가지의 컨셉이 만났다.
내가 본 로맨틱 코미디 영화중 단연 최고였다고 해도 좋을만큼 재밌었다.
기발한 설정과 함께 배우들의 제 몫하는 연기와
중간중간 센스 넘치는 대사들과 위트 넘치는 장면들까지
딱히 지적할게 없는 영화였다.
그래도 지적한다면
처음에는 코믹하고도 유쾌한 컨셉으로 나가다가
마지막에는 이민정과 엄태웅의 멜로라인에 치중해 약간 처졌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다.
큰 코 때문에 좋아하는 여자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자신의 하인이 그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연애편지를 대필해준다는 내용의 주인공 '시라노'를 모티브로 하며
마지막에는
남이 도와줘서 해주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까?
그래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남에게 부탁해서 얻는 것도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라는 물음도 넌지시 던지며 생각할거리도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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