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133억원짜리 퀴즈쇼 마지막 문제의 답을 알게 된다면? 그것도 열댓명이 단체로 그 답을 알았다면? 영화 <퀴즈왕>은 이 같은 에 일군의 들을 한꺼번에 몰아넣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습고 미묘한 상황 속에 던져진 인물들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초반 1시간가량은 이 많은 주인공들의 사연과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바친다. 중반 이후 첫 ‘사건’이 일어난다. 한밤중 강변북로에서 4중 연쇄 추돌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한 남자의 시체를 실은 도엽(김수로)과 상길(한재석), 부부싸움 중이던 상도(류승룡)와 팔녀(장영남), ‘우이모(우울증을 이겨내는 사람들)’ 회원인 여고생 여나(심은경)와 회장 정상(김병옥), 부자지간인 호만(송영창)과 지용(이지용)은 동시에 한 여자를 친다. 이들이 함께 경찰서에 들어오면서 영화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경찰이 피해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가방 속 를 열어보는데, 그 안에 퀴즈쇼의 30번째 문제 정답이 담겨 있었던 것. 그때 누군가가, 지금까지 아무도 마지막 문제를 풀지 못해 퀴즈쇼의 누적 상금이 133억원에 이른다고 말한다. 순간 정적 속에 이들의 표정은 미세하게 흔들린다.
장진식 상황코미디는 여전하다. 이번엔 아예 추석 ‘코미디 영화’를 작정하고 나왔다. 시종일관 웃음이 터져나온다. 간혹 단편적인 풍자도 등장한다. ‘대한민국 주권은 ○○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연습문제를 들은 누군가가 메모지에 ‘MB?’라고 적고 ‘엠P 모텔’을 보여주는 다.
아쉽게도 웃음은 웃음에 그친다. 장진 감독의 상황 속에서 코미디를 이끌어내는 감각은 평범한 를 비범하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도 기본은 한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다. 예상대로 이들이 모두 퀴즈쇼에 모이게 된 이후부터 성긴 내러티브가 눈에 띈다. 상길과 지용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임연이의 묘지에서 만나는 장면은 왜 필요한가, 사회자는 왜 그토록 우승자의 탄생을 두려워하는가, 상길은 왜 갑자기 답을 떠올리게 되나….
웃음의 전령사로 제 기능을 다한 인물들이 종국엔 감동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것도 불편하다. 영화는 실제 주말 아침 퀴즈 프로그램에 클리셰처럼 존재하는, 출연자가 에 대한 사랑을 전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영상 편지’류의 장면을 수시로 방출한다. 미친 듯 웃기다가 갑자기 감동적인 음악이 흐르는 식이다. 영화 속 퀴즈쇼에 어떤 퀴즈가 나올까 하는 기대는 크게 저버리지 않는다. 나름 영화를 보면서 퀴즈에 귀 기울이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