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우영구 형사는 “판단은 판사가 하고 변명은 변호사가 하고 용서는 목사가 하고 형사는 무조건 잡는 거야”라고 용의자의 애인에게 자신의 직업윤리를 고백한다. 상기 네 가지 직업 중 유일하게 ‘일하는’ 사(事)자를 쓰는 업종이 바로 형사(刑事)다. <강력3반>은 그런 형사라는 ‘직업’의 고단함을 이야기한다. 다행히 범인을 ‘무조건 잡더라도’ 수많은 서류를 구비하느라 밤을 지새다보면 여자친구, 자식들, 아내는 이미 그들을 떠나간 지 오래다. 경찰헌장의 문구처럼 ‘사회의 안녕과 질서는 유지’되지만, 정작 형사 개인과 가정은 파탄나기 십상이다.
수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형사 홍주(김민준)는 여자친구 태희 때문에 경찰복을 벗으려 한다. 그러던 중 대형 마약사건이 배후를 드러내고, 고과점수 올리기에 급급하던 강력3반은 본격적인 수사 체제로 돌입한다. 그들은 재철(김태욱)이 부상당하는 어려움 끝에 마약밀매단의 핵심인 서태두(윤태영)를 포착한다. 하지만 홍주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파트너인 15년차 베테랑 형사 문봉수(허준호)는 결정적인 단서를 잡고도 서태두 일당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강력3반>에서 인상적인 인물은 주인공 홍주가 아닌 봉수다. 홍주는 3D 업종의 최고봉인 강력계 형사의 괴로움을 소리 높여 비난하지만, 봉수는 “마누라와 애새끼들은 도망갔고” 이제까지 잡아들인 수백명의 범죄자 때문에 자물쇠를 다섯개나 채우고 사는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세상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범인 잡는 것밖에 없다”며 계장에게 무릎을 꿇고 재직을 호소할 따름이다. 늘 자신만만한 홍주의 물음에 봉수는 나지막이 답한다. “잡을 수도 있고, 못 잡을 수도 있어”라고. 그러나 <강력3반>은 홍주와 봉수를 중심으로 한 인물간의 관계와 성격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다. 교과서를 펼쳐 보이듯 형사의 고충과 애환을 토로하는 이야기 구조는 후반부로 갈수록 설교조로 굳어가고, 인물들의 감정은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묘사된다. <공공의 적>에서 강철중이 읊조리던 “형이 돈없다 그래서 패고, 말 안 듣는다 그래서 패고”라던 대사와 표정이 뿜어내던 생생한 현실의 질감이 <강력3반>에서는 별반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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