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정자를 받아 낳은 아이들과 레즈비언 커플, 그리고 정자 기증자의 만남. 대충 이런 줄거리와, 예고편을 보면 발칙하고, 어떤 의미로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영화입니다.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영화 곳곳의 성적인 개그들이 웃음을 주더군요. 특히 '비디오' 장면과 그 '비디오'로 인해 불거진 아들에 대한 오해에서는 영화를 같이 본 친구도 저도 뿜었습니다.
생물학적인 아빠와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될 때 개인적으로 감정이입한 캐릭터는 닉이었습니다. 분명 그녀 자신에게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역시 가족에 대한 섭섭함과 소외감이 절절하게 다가오더군요. 특히 자기 나름대로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폴과 식사 모임을 주선했는데, 그 자리에서 줄스의 외도(?)를 알았을 때가 절정이었죠.
그런데 다행인지, 당연한 귀결인지 줄스의 외도는 일탈로 끝납니다. 아이들 역시 줄스의 일탈을 알았을 때 충격을 받고, 폴에게 실망하게 되죠.
얼핏 시작할 때는 레즈비언 커플이라는 범상치 않은 가족으로 시작하는 것 같지만, 한 쪽의 외도와 그 외도 후에 가족의 화해 같은 것들은 보통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가족은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이들이고, 이런 것은 어느 날의 일탈이나 유혹으로 깨지지 않는 것이란 거지요. 영화 도중도중 줄스와 닉이 나누는 이야기들에서 이들이 그동안 함께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이란 것이 결코 짧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에서 겪는 갈등의 순간 역시 이들이 함께 쌓는 경험의 일부인 셈이죠.
이들 가족 개개인은 결코 완벽하지 않습니다. 각자 분명히 나쁜 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이들의 소통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이것들은 쉽게 고쳐지지 않으며, 이번 영화처럼 외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싸우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원래 가족이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을 서로 의지하면서, 또 부딪치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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