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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보이 헬보이
sunjjangill 2010-09-08 오전 6:21:42 800   [0]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영웅은 달라도 뭐가 다른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이런 영웅들에게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요즘 영웅들은 출생 혹은 성장과정이 약간은 측은해 보인다. 해리포터와 스파이더 맨이 이런 유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슈퍼 히어로들이다. 인간은 착하지만 유약하다는 단점을 가진 인간들. 하지만 헬보이는 이런 영웅들의 성장과정과는 다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의 태생부터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선한 인간이 아니라 지옥의 문을 뚫고 태어난 게 바로 헬보이다. 때문에 헬보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이면서 B 급영화의 전략을 선택했다. 악마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화려한 블록버스터로 치장하기보다 그의 존재에 부합하는 B급이 더 자연스럽다. 깔끔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기대하는 관객에겐 약간 유치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지향하는 그리고 보여주는 질감이 헬보이의 음울함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승리로 보인다.

패망해가는 나치의 안간힘에 의해 지옥에서 불려나온 헬보이. 이미 자신들이 악마이면서 또 다른 악마의 힘을 빌어 세상을 지배하려 했던 나치의 욕심이 집약된 인물이 바로 헬보이다. 하지만 헬보이는 나치의 바람과는 반대로 성장한다. 브룸교수의 보살핌 덕에 악이 집약돼 있는 뿔을 스스로 자르고 선한 영웅이 되기로 결심한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 형성이 달라짐을 헬보이를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헬보이를 보고 있자면 빨간 고무장갑이 생각난다.
빨간 색 피부를 지닌 영웅이라, 그것도 깔끔하고 섹시한 영웅과는 거리가 먼 그냥 우직한 돌쇠 형 영웅의 모습이다. 그의 무기는 오른쪽 주먹으로, 남달리 우람한 주먹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한다. 그리고 모든 중압감을 이겨내는 그의 맷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무리 무거운 것과 충격적인 파워의 압사에도 오뚝이처럼 어김없이 일어선다. 머리위의 잘린 뿔과 빨간 피부 그리고 우락부락함 때문에 헬보이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 악을 물리치는 음울한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다시 지옥의 문을 열어 세상을 지배할 욕심을 버리지 못한 나치의 추종세력들과의 대결이 중심축을 이룬다. 여기에 사랑하면서도 자격지심 때문에 말 못하는 헬보이의 깜찍한 연애 담이 은근히 깔린다. 그리고 엑스 맨의 초능력자들 못지않은 능력을 발휘하는 친구들이 헬보이를 돕는다. 세상을 구원하는 괴력의 소유자들이라는 점에서 엑스 맨과 상당히 흡사한 구조를 지녔다. 하지만 B급 전략 덕에 엑스 맨처럼 깔끔함을 선보이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허술함을 무기로 삼는다. 외로운 외톨이들이라는 느낌이 칙칙한 영상으로부터 느껴진다.

헬보이는 빅 히트를 기록한 마이크 미뇰라의 다크호스 코믹스 원작을 영화화 했다. [미믹], [악마의 등뼈], [블레이드 2] 등 그동안 주로 암울한 영상을 선보였던 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감독은 [해리포터]와 [블레이드]의 연출제의를 물리치고 한사코 헬보이를 고수했다고 한다. 감독 역시 헬보이의 추종자였으며 여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헬보이가 깔끔하게 포장되는 걸 원치 않았다. 때문에 자신이 직접 메가폰을 잡고 원작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B급 전략을 택했다.

아침마다 수염을 자르듯 조금씩 자란 뿔을 갈아대는 영웅이라니 한마디로 좀 웃기는 설정이다. 하지만 영웅과 악당은 마음 고쳐먹기 나름이라는 설정은 애교스럽다. 사랑에 고뇌하는 헬보이를 이용해 지옥문을 열려는 악마의 부활과 대결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싸움. 이들이 벌이는 최후의 일전은 사실 좀 싱거운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게 바로 B급 영화의 진수 아니겠냐면 할말이 없을 정도다. 때문에 낄낄대며 웃을 수 있는 그런 영화다. 액션의 화려함보다는 액션의 우직함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더 권하고 싶다.

(총 0명 참여)
kkmkyr
오 재밋겟다   
2010-09-08 20:50
kooshu
정말 감사하빈다~~   
2010-09-0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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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보이(2004, Hellboy)
제작사 : Revolution Studios, Lawrence Gordon Productions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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