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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jjangill 2010-09-06 오전 10:27:55 870   [0]
이젠 여름만 다가오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무심코 관람하듯이, 한국공포영화는 이젠 더우면 아이스케끼 사먹는 선택의 문제만큼 친숙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우리가 기다리지 않아도 어김없이 공포영화 시즌은 찾아왔고 그 첫번째 신호탄을 <페이스>가 먼저 쏘아 올렸다. 복안전문가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현민(신현준)에게 얼굴 없는 미녀!가 아니라 원혼이 찾아와 갖은 공포공갈협박을 일삼아 자신의 한을 푼다는 단순한 스토리인 <페이스>는 현실적인 복안과정 재현에 현정(송윤아)과의 멜로 그리고 부녀지간의 애틋한 정을 담아 적극적으로 관객의 심리를 조종하려는 작품이다.

그러나 <페이스>는 영화의 적극성이 상투성으로 변해갈 때 공포장르의 장점을 벗어나 아쉬움을 남긴다. 심장을 꺼내는 살인범,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현민의 딸 그리고 의심스러운 심장이식수술전문의 등, 모든 것이 신체장기인 '심장'과 연결된다. 공포에 미스테리적인 요소를 첨가함으로써 심장은 하나의 키워드로 작용하는 중요한 영화적 소재인 것이다.

앞부분은 깜짝깜짝 놀래키는 쇼킹요법을 살려 공포장르 작법에 충실한 반면 중반은 멜로, 후반은 스릴러 구조를 띠며 영화는 3등분으로 나눠진다. 문제는 쪼개진 영화의 이음새가 심장이식수술 자국만큼이나 선명해 오히려 우리의 심장박동수를 정상으로 뛰게 한다.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페이스>의 결정적 실수는 '반전'에 대한 신경증이다.

<식스센스> 이후 제작된 공포영화는 무슨 불변의 공식처럼 영화 말미에 '반전'을 삽입해왔다.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보장은 반전이라는 보험을 든 것이다.

공포는 공포일뿐이다. 장르의 구분이 확연한 소재이니만큼 성격만 잘 살려주면 됐지 반전은 중요하지 않다. 반전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모든 것을 부정하는 소름 돋는 정서적 충격이겠지만 공포장르의 성격마저 왜곡해 거기에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로 혼용하는 것은 공포라는 원초적 감정을 상쇄시키는 위험수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장르의 변형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오용되는 한국 공포영화의 고질적인 문제가 <페이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장르의 압박을 이겨보기 위해 정공법이 아니라 우회한 영화의 선택은 그래도 어떻게든 공포감을 관객에게 주기위한 눈물겨운 노력의 발로이다. 모로 가든 서울만 도착하면 된다는 식으로 따져보면 어찌됐든 공포영화는 무섭기만 하면 장땡인 것이다.

but!!.................

<페이스>의 살인범은 왜 여자만 죽여 심장을 꺼내지? 여러 가지 추측할 수 있겠지만 크게 떠오르는 몇 가지를 적어본다면 이상성욕자이거나 여자에게 앙심을 품고(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함 등) 정신병에 걸려 나름대로 증오심을 폭발하는 복수의 과정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의 범인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때문에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굳이 '여성'만 죽여야 하는 당위성도 극 안에서는 없어진다. 얼굴 없는 원혼이라는 설정도 여성이기에 마땅히 죽어야 한다는 그 위험한 발상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녀들의 얼굴을 지우면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이 순수한 공포로 전이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이건 하나의 잘못된 관행이다. 공포 영화가 흔히 저지르는 여성에 대한 이런 친절하지 않은 대상화는 진짜 불쾌하기 짝이 없다. 살인범이 남자여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자를 죽인다는 설정도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여성을 하나의 공포의 몰모트(실험용 쥐)로 정당한 이유 없이 사용하는 작위적인 악습은 <페이스>가 저지른 크나큰 실수이자 잘못이다.

성차로 인해 영화내에서 어떠한 설명도 없이 여자의 몸을 난도질하고 살인하는 모습은 여성을 단순하게 어머니 외에는 다 창녀다 하는 식으로 구분하는 유아기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이 위험한 발상이 공포장르에서 단골메뉴처럼 쓰이는데 <페이스>처럼 그럴듯한 이유도 없이 써먹은 영화는 참으로 간만인 듯하다.

언제까지 여성은 공포를 위해 자신의 몸 위에서 피비린내를 맡아야 하는가? 누가 그 유효기간 좀 말해달라. 얼굴 없는 원혼보다 얼굴 있는 미녀 귀신의 이유 있는 하소연이 듣고 싶어진다.

(총 0명 참여)
jpkorea83
와 잘읽었습니다~!!   
2010-09-07 18:15
1


페이스(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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