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 보람이 있었더랬다. 역시나 주성치는 따거(大兄)! 라는 친밀한 찬사를 받기에 모자람 없는 대형다운 '희극지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팍팍한 세상 속에서 고단한 삶을 연명하고 있는 없는 이들을 긍휼히 여기며 어루만져주는 주성치 선생이 <소림축구>이후 3년 만에 들고 온 <쿵푸 허슬>은 주성치 왕국의 정점을 보여주는 역작에 다름 아니다.
변방에서 시작해 범아시아인을 넘어 세계인을 포복절도의 장으로 이끌었던 <당백호점추향> <식신> <소림축구> 등 많은 작품이 말해주듯 그의 영화는 화가 요리사 축구와 같은 소재를 쿵푸와 절묘하게 버무려 세간을 술렁였다. 그리고 주성치는 드디어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누누이 고백해왔던 무협 영화의 쿵푸와 이소룡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라이브 쿵푸 코미디’ <쿵푸 허슬>를 통해 오롯이 드러낸다. 배우나 감독으로서는 물론이고 인간 주성치의 원대하고 담대한 꿈이 현실화 된 것이다.
때문에 아쉽겠지만 이쯤에서 밝혀두건대, 극중 캐릭터의 비중과는 상관없이 우리의 주성치 선생은, 기왕의 작품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뜸하게 등장하신다.
자신의 존재기반이 된 쿵푸와 이소룡에 대한 오마쥬 영화이니만큼 그 자신이 전면에 나서는 게 최선의 길은 아니었을 터 배우보다는 감독에 방점을 둬 영화 전체 조율에 심혈을 기울인다.
법보다 도끼가 앞서던 혼탁하기 그지없는 194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쿵푸 허슬>은 잔인함이 하늘을 찌르는 도끼파와 하층민이 모여 사는 돼지촌 주민간의 한 판 승부를 다룬다. 소심하고 새가슴에 다름 아닌 양아치 싱(주성치)의 방정맞은 행동이 이 같은 화를 불러 온 것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그네들처럼 밀가루 반죽을 하다, 다림질 하다, 쌀가마를 이고 가다 불의를 참지 못해 다시금 그 출중한 무공을 오늘날 되살려 시연하는 생활 속의 세 쿵푸 고수와 거문고의 음파로 무지비한 살인을 일삼는 ‘심금을 울리는 가락’의 일대 혈전. 이들의 내공을 훌쩍 뛰어넘는 돼지촌 여주인(원추)과 그의 남편(원화) 그리고 그에 대적하는 사악한 절대 고수 야수(양소룡)의 자웅 겨루기는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하고 가슴을 요동치기에 할 만큼 가공할 만하다. 특히,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생활 밀착적 명제를 무공으로 승화시킨 돼지촌 여주인의 ‘사자후’ 필살기는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