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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신데렐라와 같은 동화나 전래동화를 읽으면 스토리와 나오는 사람은 틀리지만 공통된 문장이 꼭 마지막에 나온다. “그래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유년시절에 동화를 읽을 때는, 주인공이 불쌍해서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꼭 주인공이 행복해져야 할 텐데 마음속으로 바라면서 더디게도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어린 심장의 작은 바램을 결코 배반하지 않음을 증명해준 마지막 한 문장은 ‘..ing'가 아니라 'end'임을 어렴풋이 알기는 했지만 책을 덮는 순간 더 이상 착한 주인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그들을 빨리 잊게 해준 최면과도 같은 문장임을, 머리가 커진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러나 영화 <저지걸>은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다 이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름다운 부인(제니퍼 로페즈)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지 못한 남자가 배우 윌 스미스를 멍충이라고 망언을 남발하여 해고당하고, 고향 뉴저지에 내려와서 죽은 부인이 남긴 딸 거티와 삐걱거리는 삶을 시작하는데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동화 속의 주인공은 이야기가 끝나도 행복할 것 같은데 <저지걸>은 ‘동화’ 얘기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동화가 끝난 시점부터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올리(벤 에플렉)은 아버지의 직업인 청소차를 운전하면서 자신에게 남은 가장 소중한 딸을 키우는데 만 전력투구한다. 그런은 와중에도 올리는, 우리가 동화의 아련함을 잊지 못하듯이, 뉴욕의 화려한 생활을 되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도 잊지 않는다.
감독 케빈 스미스가 실제로 아버지가 되면서 자신의 딸을 위해 만든 <저지걸>이라 해서 그의 괴팍함을 다 버린 전형적인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차례를 밟은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올리 앞에 솔직한 대학원생 마야(리브 타일러)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두 성인 남녀의 사랑을 알콩달콩 그리는 것이 아니라 거티(라켈 카스트로)와 올리의 부녀지간의 끈끈한 가족애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이니 말이다.
‘성’에 대한 시시껄렁한 농담도 극중간 중간 나와 케빈 미스의 영화임을 낙인찍기도 하여 달라진 영화 스타일 때문에 실망 할 자신의 영화팬의 기호도 어느 정도 만족시킨다. 형식은 할리우드의 기본 공식을 빌렸지만 감독의 개성마저 죽이지 않은 스토리의 내용미는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요구하는 알싸한 재미를 주어 로맨틱 코미디의 그 뻔한 이야기에 질린 관객에게 숨통을 틔어준다. 성에 대해 무지한 딸을 교육시키면서 “거기는 결혼할 사람만이 보여주어야 하는 곳이야”라고 엄숙하게 말하던 올리가 다시 입장이 뒤바뀌어 딸에게 “거기는 결혼할 사람에게만 보여주어야 하는 곳인데, 두 분 결혼할건가요?”라는 역 질문을 받을 때의 난처함의 묘미가 <저지걸>의 웃음 코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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