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폭력성과 공격성이 자신의 소명인 양 가차 없이 적을 향해 휘둘러 대는 희대의 두 괴물, 에이리언군과 프레데터군의 한 판 승부를 다룬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는 일단 마음을 동하게 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왜?
워낙이 전작 시리즈가 여러 모로 탄탄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 몰이를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무소불위의 불패신화를 갖고 있는 대상끼리 맞장을 뜨면 어느 쪽이 이길까? 하는 자동빵스런 인간의 원초적 호전성의 호기심 역시 한몫했음은 두말 할 필요 없고.
단순할지언정 시신경을 기분 좋게 혼란시키며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채기 딱 좋은 이러한 기획성 소재를 다룬 영화는 그러기에 사실상 반은 먹고 들어간 셈이다. 허나, 그 또 다른 반에 대해서는 욕을 얻어먹을 각오 역시 준비해야 한다. 두 녀석이 전투를 벌인다는 자체가 하나의 빅 이벤트이기에 원작의 튼실한 아우라에 범접하기는커녕 전작의 명성을 훼손하기 딱 좋은 사례로 등재될 수 있기에 그렇다.
이러한 변수를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제작진은 그래서 무겁지 않은 SF 호러 전문가이자 비디오게임을 원작을 한 영화를 다수 연출한 폴 W.S 앤던슨을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감독으로 선택한 것이다. 애당초 당 영화 역시 비디오게임이 시중에 나와 있기에 작품성보다는 철저하게 볼거리의 시각적 쾌감에 초점을 맞춰 재미에 충실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천만다행이도 올곧게 진행됐다 볼 수 있다. 역동적이고 화끈무쌍한 비주얼을 형상화시켜 관객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얘기다. 영화의 주인공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의 새우캐릭터라 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 두 외계 생명체 따위가 메인이기에 내러티브 자체는 얄팍하기 짝이 없다. 에이리언과 프레데터과 숙명적 라이벌이 된 히스토리는 들어줄만 하지만 말이다.
때문에 영화는 피라미드의 유폐된 공간에서 어케든 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하는 탐험대를 축으로 어드벤처물의 흥미로움을 초반부에 그리고 중. 후반은 철저하게 이 두 괴물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의 대혈투의 비주얼을 극대화시켜 모든 심혈을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