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둘 사이에서 고민한다. 일반적인 영화라면, 그 둘은 매력적인 두 여자 혹은 두 사람일 것이다. 중의적인 제목이 주는 혼란을 장난스럽게 부각시킨 영화 <신부수업>은, 이제 그런 삼각관계는 지겹다고 말할 참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신학생 규식(권상우)은 ‘못 말리는 자매님’ 봉희(하지원)와 그가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 같았던 하느님 사이에서 갈등한다. ‘사람’이 아닌 그 둘 사이의 선택이라면 새로운 로맨틱코미디를 기대할만하다.
모범신학생 규식과 ‘러시아 여신도의 포교’에 정신없는 신학생 선달(김인권), 두 사람의 안 어울리는 짝패에서 <신부수업>은 시작한다. 영화는 선달의 실수로 얼떨결에 영성강화훈련을 받게된 고지식한 규식이 원장신부의 천방지축 조카 봉희를 세례받게 만드는 미션을 부여받으면서 본격적인 갈등구도에 들어선다. 전반부의 목표가 이 갈등을 코믹하게 그리는 것이라면, 후반부는 봉희로부터 하느님을 대신할 만한 매력을 발견하는 규식의 고군분투를 절절하게 묘사하는 데 힘을 쏟는다.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내는 톱스타 남녀배우를 캐스팅한 이 영화는 나름의 장르 공식에 충실하다. 그러나 어떤 면에선 지나치게 충실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진다. 편집의 묘를 살릴 수 없도록,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계산적으로 배치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신부수업>의 빈약한 플롯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캐릭터의 매력을 희생시킨다. 안정적인 코믹감각을 선보인 두 남녀 주인공 뿐 아니라 영성강화 훈련을 통해 규식을 능가하는 듬직한 신부가 되는 날라리 신학생 선달이나, 무뚝뚝한 주임신부(김인문), 미저리 같은 김 수녀(김선화) 등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는 캐릭터들은 애초에 시나리오 상에서 세심하게 빚어졌음에도, 막상 영화 속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한다.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허인무 감독의 단편들(<가화만사성> <특집! 노래자랑>)을 생각하면 <신부수업>은 아쉬움이 많은 데뷔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야기 진행과 인물 설명을 동시에 해내던 에피소드들을 통해 소외된 인물들을 따뜻하게 응시했던 그의 감각은 장편 안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학생 때부터 인연을 맺었던 김선화의 캐스팅만이 그의 단편과 장편을 이어주는 가장 확실한 연결고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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