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쏘우>나 그 외 공포영화류도 잘 보는 편이었다.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슬래시무비라도 눈은 돌릴지언정, 역겹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공포영화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악마는 보았다>는 달랐다. 아니 그 이하의 기분을 맛보았다.
진정 김지운 감독이 전해주려한 것이 이것이었나?!
믈론, 공포영화는 공포영화임을 알고 그것이 주는 스릴적인 재미를 느끼려고 보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악마는 보았다>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실화극도 아니다. 분명히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기분이 드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마침 옆에서 진짜 살인현장을 목격한 것 같은 불쾌함...
<악마를 보았다>라는 제목은 맞겠다.
연쇄살인범 장경철, 그를 잡으려 한 마리의 악마가 되는 국정원요원 김수현,
그리고 그들을 만들어낸 김지운 감독.
세 명의 악마를 보았다는 말이 맞겠다.
'악마를 잡으려 더한 악마가 되는게 맞는가?'라는 주제가 감독이 던지는 이 영화의 본질이었다면,
개인적으로 거부하고 싶다. 옛날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다.
"우리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맙시다."
이 한마디면 될 걸, 그것을 나타내기 위해 이렇게까지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영화라고는 해도, 흉흉한 현실과 겹쳐지는 이야기와 잔혹함이 더해져 결국 눈을 돌리게 된다.
잔인함은 단순히 잔인함이지만, 현실과 겹쳐지면 살인장면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유명감독과 유명배우들이 모여 만들었으니 엄연히 '대중'을 향한 영화인데.
비록 성인들만이 볼 수 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심히 '정신적인' 부분에선 이롭지않게 만든다.
선한 사람도 충분히 악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분을 들게한 영화였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보고난 후 근처자리에서 폭언과 싸움이 일어날뻔한 분위기가;)
이 정도의 리얼리티가 잘 느껴지게 만들었다면,
감독의 능력과 뛰어난 배우의 연기 덕분이라고 얘기하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면 그런 부분은 우선적으로 싹 묻혀진다.
주제와 영화적인 부분이 '현실적인 잔혹함'에 묻힌다? 과연 이게 두드러진다면, 맞는 것일까?
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 판정에 간만에 어느정도 동조가 든 영화였다.
차라리 독립영화였다면 모를까, 다수의 대중을 향한 이 영화를 보고 일반관객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이 난감한 주제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피 튀기는 잔인함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삭제된 장면들은, 내용을 모르고 봐도 어느정도 알아차릴만 했다.
중간에 최민식의 친구로 나오는 사람이 먹는 고기, 인육이다.
그리고 주로 희생된 여인들의 시체들을 다룬 장면들. 심히 정신건강에 안 좋다.
<추격자>나 비슷한 류의 영화가 영화적인 재미에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면,
이 영화에서는 스릴감이나 경각심을 느끼긴 힘들다.
오로지 내가 현실에서 저런일이 일어나지않기만을 바랄 뿐.
이 영화는 희생자보다 연쇄살인마의 심리를 더 많이 따른다. 악마를 꼭 봐야만 할까?
굳이 돈 내고 그런 부분을 알아야할까? 오히려 이 영화를 보고 더 나쁘게되지않을까 걱정된다.
첫 주 50~60만 동원, 둘째주엔 확실히 예매율도 떨어졌다.
솔직히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여러 관객들과 같이 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게 매우 불편했다.
대중영화라고 내놓은 작품인데, 무엇을 보고 느껴야할지...
되도록이면 많은 관객들이 보지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심히 정신건강에 안 좋다.
좋은 사람의 생각도 안 좋게 만드는 이 기분?!
왜 좋은 영화를 봐야하는지, 그런영화를 보고나면 왜 좋은 생각을 갖게되는지
영화가 가진 의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미안하다. 심히 연구할 구석이 있는 영화라 해도, 두번은 보고싶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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