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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캡콤社의 대표적 게임인 "바이오 해저드"를 각색해 만든 <레지던트 이블>('바이오 해저드'의 북미수출판 게임이름)은 게임매니아와 호러팬들에게 쌍수들고 환대받은 작품이다. 또한 특정분야의 마니아가 아니어도 잘 빠진 <레지던트 이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속편이 나오리라는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여전사의 모델을 제시한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를 만나기란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레지던트 이블>이 나왔을 때, 게임 중 좀비들이 어기적어기적 거리며 출몰할 때마다 전해지던 듀얼쇼크의 진동을 잊지 못하던 마니아들은, 2편의 내용마저 정확히 예상하는 스토리를 동시에 구상하기까지 했다. 그들이 제시한 속편의 부제는 "레지던트 이블:네메시스"였으며 주인공 앨리스를 도울 새로운 조력자로 '바이오 해저드2'의 주인공인 질 발렌타인이 등장할 거라는 정확한 시나리오를 짜기까지했다. 그들의 예상은 적중했고 <레지던트이블2>는 게임시리즈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듯 호러적 취향보다 액션과 스타일이 강조된 블럭버스터로 탄생되었다.
<레지던트이블2>의 특징은 전편보다 원작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충분히 살렸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게임을 하고 있는 건지, 구분이 모호할 정도로 영화는 시종일관 업그레이드된 미션을 제공하고 그것을 주인공이 협력하여 해결하는 진행구조를 갖추고 있다. 관객은 마치 게임어가 된 듯, 화면에서 벌어지는 순간적인 위기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여 주인공의 액션난이도의 변화에 따라 시각적인 쾌감을 캐치해 나간다.
그러나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레지던트이블2>는 전형적인 헐리웃액션 블록버스터에서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끄집어낸 작품은 아니다.
잔혹해진 장면은 심리적 위기의식을 높이기보단 게임이 진행되듯, '전진'하는 이미지만 강할 뿐, 전편처럼 긴장감을 높이는 액션으로 짜여지지는 않았다. 물론 호러적 성격이 강한 전편에서 액션 반경은 잔혹감과 공포심를 일으키는 공간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쓰여졌다. 그러나 <레지던트이블2>에서 폐허가 돼 가는 라쿤시티의 전경은 공포심은커녕 생존본능의 위기의식을 건드리지도 못한다. 전사가 되어 돌아온 앨리스를 위해 오로지 싸우기 위한 장소로만 기능할 뿐이다
하지만 게임버전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과 동시에 진화한 캐릭터의 면모를 충분히 살렸다는 점은 시각적 즐거움을 끊임없이 제공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을 안 준다. 앨리스 역을 맡은 밀라 요보비치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가 제시한 여전사의 이미지를 이어가기보다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여전사'의 이미지를 재해석해 보인다. 그녀의 가는 목선과 호리호리한 몸매는 '강함'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기에 충분하다. 여성성 안에 남성성을 흡수하여 어느 정도는 남성화된 '파워'를 제시했던 여타의 여전사 영화들과 달리 앨리스는 여성 그 자체의 강함을 보여주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액션을 선보인다.
'카포에라'라는 무술의 특징일 수 있겠지만 앨리스가 보여주는 스피드한 파괴력은 물질적 '힘'보다는 뾰족한 끝을 가진 바늘의 섬세한 '파워'를 선보인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레지던트 이블2>는 멋들어진 여전사 캐릭터를 만드는 시리즈의 과도기적 작품으로 해석되어 진다.
T-바이러스에 의해 괴물로 변한 릭커와 도베르만의 등장은 '레벨업'에 필요한 필수불가결한 위험요소들이다. 이 말은 원작 게임을 알아야만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네메시스와 앨리스의 결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이 장면에서 게임이 버전화되어 출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레지던트 이블>은 더 강력해지고 진화된 캐릭터를 앞세워, 시리즈로 제작되어질 가능성이 보인다.
그러니 생존(탈출)가능시간 4시간이라는 다분히 게임적인 타임을 정해놓고 벌어지는 상황들을 영화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게임하는 마음으로 즐겨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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