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는 귀여운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한명도 빼놓지 않고 거칠고 모진 혹은 삐뚤어진 인생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만이 나온다.
그런 인물들은 황학동 재개발 지역의 철거촌 아파트라는 설정과 맞물려 너무도 어울리는 모습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듯 <귀여워>는 홍보에서 보여주는 가벼움 대신 어둡고 칙칙한 인간들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섹스, 신 내림, 폭주, 단순무식 이라는 소재들을 적절히 배합하여 무거운 이야기를 쉽게 이끌어가고 있다.
영화의 주제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이다. 감독이 의도했던 바와 다른 해석이 넘쳐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작품은 평가에 관계없이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이야기는 산만하다. 인물 구조도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하지만 그 속 모양은 무척이나 많은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바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희망을 한 가지씩 안고 살고 있다. 그 소망이 허무맹랑할지라도 누가 탓하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귀여워>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도 모두 한가지씩의 소망을 안고 살고 있다. 아버지는 신이 내려 세상을 구원하길 바라며 아들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잘 풀리기를 바란다. 순이는 모든 남자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하고 밍키소녀는 셋째의 사랑을 소망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한 가지씩 소망을 안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체험하고 보여주며 관객들로부터 그러한 현실을 수용하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혼자만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담아내고 있다. 그러한 마음이 모두 같지 않고 다른 이유 어찌 보면 타당하지도 않은 내용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개인의 감정에 충실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결말부에서 사람들은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한다는 어정쩡한 결말로 마무리를 하고 있지만 <귀여워>의 이러한 매끄럽지 못한 편집과 생략된 인물 소개, 이가 빠진것 같은 구성을 보완하는 것은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판타지 풍의 스타일이다.
모든 단점을 보완 할 정도의 매력적인 요소들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기대치를 낮추고 독특함과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의외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