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뱀파이어와 인간 소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 '이클립스'는 2편격인 '뉴문'보다는 재미있지만 여전히 2%부족한 완성도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전 세계적으로 1억부 넘게 팔린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1편 '트와일라잇'이 공포의 존재였던 뱀파이어를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존재로 둔갑시켜 평범한 인간과의 운명적인 사랑을 다뤘다면 2편은 그에 대적하는 늑대인간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의 부상으로 극의 긴장감을 살렸었다.
3편인 '이클립스'는 고교 졸업 후 뱀파이어이자 애인인 에드워드(로버트 패트슨)와 같은 부류로 살아가고자하는 벨라(크리스틴 스튜어드)와 그를 제지하는 제이곱의 갈등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신생 뱀파이어 군대의 출현과 벨라와 에드워드를 주시하고 있는 뱀파이어 왕가 볼투리가 가세해 1, 2편의 액션을 모두 뒤엎는 피의 향연을 보여준다. 특히 연인을 지키기 위한 뱀파이어들의 전쟁이 뭔가 다를거라고 생각했던 관객이라면 단 10분에 불과한 이들의 대결신이야말로 허망함이 뭔가를 보여준다는것을 체험하게 된다.
에드워드에 대한 확고한 사랑 외에도 우정이라고 여겼던 제이콥에 대한 감정이 피어나는 벨라의 고민이 영화가 지닌 갈등의 핵이지만 '이클립스'를 계기로 "1편부터 사귀는 사이였다"고 인정한 주인공들이 도리어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그러나 '이클립스'에 대한 전세계 여성들의 사랑은 차고 넘쳐서 북미에서만 개봉 첫 주 1억6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승승장구중이다. 아무리 재미없고, 실망스러워도 저런 뱀파이어 남친이 있다면 일상은 분명 행복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