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액션 영화 속편의 나쁜 예...★★☆
대게의 성공한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들이 2편을 내 놓게 되면 만족보다는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1편에서의 신선함과 간결함, 액션과 유머의 적절한 배합으로 인한 성공이 2편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무엇보다 스케일의 확대에 따른 조화의 파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초 큰 기대를 받지 못한 <아이언맨>이 의외의 성과를 내게 된 것에는 적당한 수준의 유머와 액션, 거기에 어느 정도의 정치적 공정함과 무엇보다 오랫동안의 방탕한 생활 끝에 재기에 성공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영화의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의 겹쳐진 이미지가 큰 힘을 발휘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편의 마지막에 아이언맨이라며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 정체를 밝힌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2편에서도 여전히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억눌리지 않고 개인적인 자유를 만끽하는 삶을 누린다. 아이언맨 기술을 국가에 귀속시키라는 압력을 거부하고 회사의 운영권마저 수석 비서 페퍼 포츠(기네스 팰트로)에게 넘겨버린 토니는 아이언맨 기술을 스타크 가문에 빼앗기고 죽어간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러시아에서 찾아온 위플래시(미키 루크)라는 적을 맞아 화끈한 대결을 펼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이언맨 2>에서 토니 스타크가 여전히 자유분방한 캐릭터라는 건 <아이언맨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자 2편에서의 유일한 장점일 것이다. 일편에 비해 액션의 규모가 커졌다고는 하지만 로봇의 숫자만 늘어났을 뿐, 딱히 인상적인 액션 장면은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액션의 하이라이트는 어두운 저녁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시각적 위력을 주지 못한다.
1편 성공의 가장 큰 힘이었던 유머도 2편에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개인적 능력에만 기댈 뿐, 연출과 편집에서 오는 유머는 사라져 버렸다. 떠올려보면 1편의 유머는 연출과 편집에서 오는 힘이 강했었다. 개인적 능력에 의존하는 유머는 그 개인의 캐릭터에 익숙해진 상황에서는 일정한 한계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언맨 2>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겨우 끌고 가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위태위태해 보인다.
<아이언맨 2>의 가장 큰 단점은 등장 캐릭터가 과도하게 증가해버렸고, 늘어난 캐릭터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못하고 산만하게 그저 병렬식으로 나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새로운 비서로 등장한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는 사실 이 영화나 <아이언맨 3>를 위한 캐릭터가 아니라 마블 코믹스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영화를 사전 홍보하는 차원의 캐릭터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안 그래도 산만한 영화를 더욱 산만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개인적인 매력에 기댄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생명력은 짧을 수밖에 없다. 다행인 건 아직까지는 그나마 ‘토니 스타크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매력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3편에서의 기사회생을 기대해 본다.(나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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