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액션장면은 지금까지 본 어떠한 영화보다 강렬하다. 특히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보여주는 액션장면은 영화 <올드보이>의 장도리씬 이후 가장 강렬한 액션장면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 될 만하다.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달랑 장도리 하나만을 들고 일당 백을 상대했했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 태식은 맨주먹 싸움은 물론 도끼, 총, 칼까지 자유자제로 사용하며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액션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영화는 도끼로 찍고, 칼로 베고, 총으로 쏘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잔인한 장면들은 여타의 다른영화처럼 단지 관객들을 놀래키기 위해 불필요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장면들이다보니 보는 이로 하여금 눈쌀을 찌푸르게 하기 보다는 영화적 긴장감을 적절히 유지시키고 있다.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칼로 상대방의 힘줄을 베는 장면까지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영화 속에서 만식이 종식이 형제가 자행하는 죄에 비하면 그다지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것은 총도, 칼도, 도끼도 아닌 바로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들의이익을 채우기위해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떼어내어 팔아넘기고, 부모와 헤어진 아이들의 부모를 그리워하는 심정까지 이용하는 영화 속 만식이 종식이 형제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세상 그 어느 연장보다 무섭고 잔인하게 다가온다.
#.4 남자와 여자, 둘 모두를 만족시켜줄 판타지
이 영화는 남녀 모두를 위한 일종의 판타지 영화이다. 왜냐하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태식이와 같은 옆집 아저씨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 존재할수 없는 영화속 태식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남녀 관객 모두에게 일종의 판타지적 만족감을 선사한다. 여성 관객들은 일단 영화 속 너무도 멋진 주인공 원빈의 모습에 푹 빠지게 된다. 그리고 옆집 소녀를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주인공 태식의 모습을 통해 자신들도 저렇게 지켜줄 멋진 옆집 아저씨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되고 영화 속에서 태식이 지키려는 소미의 모습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반면 남자들은 영화 속 원빈이 보여주는 액션장면을 보면서 이름모를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액션장면은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보았을 17대 1의 액션장면을 충실히 재현해 냄으로써 남성관객들로 하여금 그러한 액션 장면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5 홍콩 느와르의 법칙을 뛰어넘는 새로운 감성 액션의 탄생
이 영화는 80년대 유행한 홍콩액션 느와르 영화와 비슷한 면을 많이 지니고 있다. 특히 홍콩의 영화평론가인 로우 카가 정리한 80년대 '홍콩 느와르'의 법칙들을 이 영화에 대입해 보면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든다.
-홍콩 느와르 영화의 법칙-
1.주인공은 3인조 갱이며, 주인공의 숙적이어야 할 경찰은 배경으로 밀려나 있거나 무시된다.
2. 소위 '영웅'은 양심을 지닌 도둑이다.
3. 플롯의 치밀함보다 감정이 우선이다.
4. 여성은 축소된 역할만을 수행한다.
5. 이 영화들은 일률적으로 스타일이 강하다.
위의 5가지 홍콩 느와르의 법칙에서 영화 <아저씨>는 2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해당사항 있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아저씨 혼자이지만, 숙적이어야 할 경찰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뒤로 밀려나서 주인공을 쫒아 다닐 뿐이며, 영화가 플롯이 치밀하기보다는 결말이 예상되는 다소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를 주인공과 옆집 소녀의 감정 표현과 액션장면으로 채우고 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한 옆집 소녀를 제외하고는 이 모든 사건의 발단 된 옆집소녀의 어머니외엔 여성 등장인물이 영화 속에서 별다르게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영화 이 영화 또한 액션장면에서의 새로운 스타일의 창조에 많은 부분 공을 들이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이정범 감독이 8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를 보고 열광하며 자란 세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정범 감독이 자신이 보고 자란 8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정범 감독은 이러한 법칙을 그대로 답습하는 동시에 새로운 스타일 창조를 위해 노력하였다. 어찌보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옆집 소녀와 아저씨의 감정적 교류를 드러내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장면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리고 결국 새로운 모습의 한국적 액션 느와르 영화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였다.
#.6 원빈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영화, <아저씨>
96년 드라마 <프로포즈>로 데뷔한 원빈은 지금까지 15년의 기간 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합쳐서 열편이 조금 넘는 작품에 출연하였다. 중간에 군복무의 기간을 제외한다면 1년에 한편의 작품에만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원빈은 작품선택에 매우 신중을 기울이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빈의 대표작으로 드라마<가을동화>와 영화<태극기 휘날리며>를 떠올린다. 특히 원빈이라는 이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게 만들어준 드라마<가을동화>는 원빈 배우 인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을동화> 속 원빈의 재벌남의 이미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빈을 보면 떠오르는 고정된 이미지가 되어 버렸다. 그 때문에 그동안 원빈은 드라마<가을동화>를 통해 얻게된 자신 이미지를 깨기 위하여 <태극기 휘날리며><우리형>같은 남성성이 강한 영화에 출연하였고, <마더>에서는 지적장애인 연기까지 시도하며 철저하게 자신을 버리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원빈의 노력은 안타깝게도 함께 출연했던 장동건, 신하균, 김혜자라는 명배우들의 명연기에 가려져서 크게 자신의 존재감을 관객들에게 인식시키지 못하였다. 특히 영화 <마더>에서 보여준 지적장애인 연기는 꽤나 오래 준비해서 노력한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원빈이 가진 꽃미남 이미지와 충돌하면서, 오히려 같이 출연한 배우 진구의 연기와 비교되면서 관객들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번 영화 <아저씨>속에서 원빈은 원톱주연으로써 배우 원빈의 존재감을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드러낸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원빈은 자신의 대표작인 동시에 극복하고 뛰어넘어야했던 작품인 <가을동화>와 <태극기 휘날리며> 속 이미지 벗어나서 관객들에게 지금까지 원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원빈이 가진 조용하면서 남자답고, 순수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감성 연기를 보여주면서, 영화 속 액션 장면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의 차가운 이미지를 새롭게 창조하였는데 이러한 두가지 이미지가 영화 속에서 합쳐지면서 의외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켜 그 어느 영화보다 원빈이라는 배우를 관객들이 각인시켜 주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영화 <아저씨>는 배우 원빈 연기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며,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7 원빈의 탁월한 선택, <아저씨>
흥미로운 사실 하나. 이 영화는 애초 60대 노인이 옆집 소녀를 구하는 설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의 상업성 때문에 중간에 40대 아저씨로 설정이 변경되었다가(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름난 연기잘하는 배우들이 대부분 40대이기때문에 아마도 그랬으리라) 우연히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은 원빈이 이 영화 시나리오에 꽂혀버리면서 결국 원빈이 주인공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원빈의 탁월한 선택으로 지금의 영화 <아저씨>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영화 <아저씨>는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 장면을 선사하는 오랜만에 만나는 제대로된 한국 액션 영화이자, 8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의 법칙을 따르고 있음에도 전혀 새로운 한국적 느와르 장르를 만들어낸 꽤나 신선하고 흥미로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지금까지 개봉한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줄줄이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현 시점에서 이 영화 <아저씨>는 올해 단연 눈에 띄는 영화이며,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누가 뭐래도 원빈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이며, 그러한 배우 원빈의 변신은 매우 성공적이다.
----더하기
미자막으로 이제 한국 액션 영화의 주사위는 다음달 개봉할 영웅본색의 리메이크작 <무적자>에게로 넘어간듯하다. 두영화 모두 대한민국 최고의 꽃미남 배우가 주연이고, 내용은 다르더라도 액션장면에 있어서는 비교가 될 것이 뻔하다. 애초 <무적자>의 가장 큰 경쟁작은 원작인 <영웅본색>밖에 없을 것 같았지만, 액션장면에 있어서는 올 여름 의외의 다크호스 <아저씨>가 나타났고, <아저씨> 본 <무적자>의 송해성 감독과 제작자, 그리고 송승헌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살짝 긴장했을까? 아니면 자신만만했을까?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한달만 기다리면 그 결과를 알 수있다. 기대 된다 <무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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