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오아시스' 영화를 본 느낌은……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감동적이다, 슬프다,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다웠다... 그 정도. 그러니 나까지 두번 세번 말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그 대신 쓸데없는 이야기나 몇 개 해야겠다…… 뭐냐하면, <오아시스>를 통해 생각해본 지금의 한국영화들이다. <오아시스>는 베니스 경쟁부문에 진출해 있다는 사실을 빼고 생각해 보더라도, 한국 영화의 한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비평 흥행 양쪽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창동 감독의 세 번째 작품,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 설경구의 출연 등등, '오아시스'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가 한국 영화의 현재 흐름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임을 증명하는 요소는 충분하다.
그런 '오아시스'가 선택한 화법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의 대부분은 핸드헬드다. 이창동 감독은 핸드헬드를 선택한 이유를 '카메라의 자유로움이랄까, 디지털처럼 자유롭고 유용하게 사용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오아시스'는 자유롭다. 영화를 프레임과 구도에 가둬두지 않았으며 많은 상징을 부여하지 않았다. 상징을 부여하더라도 그 상징성을 단도직입적으로 드러냄으로서 영화 전체의 주제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게, 즉 모든 상징이 단순히 개별적인 상징이게 해놓았으며 결과적으로 영화가 좀 더 현실에 가깝도록 열어놓았다. 이건 <봄날은 간다>, <파이란>, <생활의 발견>부터 시작해서 더 넓게는 <나쁜 남자>와 <복수는 나의 것>등에 이르기까지 최근 한국 영화의 비평적 흐름을 주도한 몇몇 감독이 선택했던 방법이며, 그 방법을 더 밀고 나간 것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세계 영화의 흐름'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있다. 전 세계에서 잘나간다고 하는 영화들이 (펄프픽션, 메멘토, 아멜리에, 매트릭스, 레퀴엠등등)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코드, 기존 관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들 말이다. 한국 영화 역시 그런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변화의 혼란 사이에서 한국 감독들은, 외국 감독들이 흔히 그러듯 미장센을 완전히 뒤집는 '파격'이 아니라, 현실에 더 가깝게 다가가 누추한 일상을 들어내 보이는 '현실'을 새로운 영화의 대안으로 선택했다. <오아시스>는 그런 대안이 한국 영화의 어떤 전통과 연관이 있는지, 비평에서는 호응을 이끌어냈을지 모르지만 관객의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파이란, 봄날은 간다, 복수는 나의 것은 생각보다 흥행이 부진했다... 한국 관객이 원하는 현실성은 <집으로>였을까?) , 앞으로 한국 영화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 그런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베니스에선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상 하나 타지 않을까 싶지만…… 그거야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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