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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되돌릴수 없기에 너무나 값진 그 순간들.. 연애소설
asura78 2002-09-02 오후 5:32:32 1117   [5]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지 모를 정도로.. 처음 첫눈에 내 친구에게 반했다는 그 순간부터 너를 좋아한 것일까? 다소 불편한 관계일지라도.. 줄곧 널 좋아했어. 하나뿐인 친구를 위해서라도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를 대신해서 이번에도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이번만큼은 정말 그러기가 싫었어. 이제서야 고백하건대 그때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조금만 더 일찍 서로의 진심을 알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난 바보처럼 죽을 때 까지 이런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이런 불안한 줄다리기를 하면서도 우리 사이가 언제까지라도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랬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네. 이런 관계의 결말이 언제나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정말로 힘들었어. 서로의 진심을 가슴에 묻어둔체 우린 바보처럼.. 상대방에게 상처받은 미련만 남긴 체 그렇게 헤어졌지. 다시 만날 날도 기약하지 않은 체..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 하나 해 줄 수 없는 자신이,아무 것도 갖고 있지 못한 내 자신이 미워지기 시작했어. 이런 내 마음 이해하겠니. 하지만 내가 떠나는 이 길이 그다지 초라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 누군가를 마음속에 담아둘 수 있다는 것은..누군가가 내 이름을 기억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하거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그 시간... 이런 절박한 상황에 오지 않으면 상대방의 진심을 알지 못하는 난 바보인 걸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체, 가슴에 담아두고 있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꺼내볼수 없었던 난 정말로 바보였던 걸까. 상대방의 가슴에 남아있는 내 흔적들 때문에 이렇게 누군가를 보내는 것이 내심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 돌이킬 수 없기에 그 시간이 더할 나위 아름다웠다는 것을 알기에 그 시간들을 만들어준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주기에.... -경희가 지환에게...


연애소설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이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그렇게 사춘기가 찾아왔지요. 등,하교길에 마주치는 한 여학생에게 눈과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주변을 살피지 못해서 작은 사고가 난 적도 있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점점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었던 전 멀리서 그 사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본인이 아니면 치유할 수 없는 병을 가지고서..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지만 저는 그 순간을 아직까지 마음 한구석에 간직한 체 보관해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그 말이 담긴 의미를 알면서도 전 바보처럼 행동했습니다. 그녀의 소식을 최근에 다시 듣게 되었을 때 "참 잘 된 일이야" 이런 소리 밖에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그토록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전 행복했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기다림에서 시작해서 기다림으로 끝납니다. 기다림이 주는 여유를 모르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가난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잊었구나 하면 나타나서 괴롭히는 추억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추억이건, 나쁜 추억이건 우리는 그것들 없이는 하루라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미처 내 자신도 알지 못했던 과거의 내 모습에 괜히 화풀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상처받는 건 내 자신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지도 못합니다.

영화 [연애소설]을 보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얼굴들이 하나둘 나타나서 만들어내는 그리움이 가슴 깊숙이 파고 들어와서 텅빈 마음을 콕콕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이 짓이 부질없는 짓일지도 언젠가는 찾아올지 모르는 희망에 모든 것을 걸고 그렇게 우린 그 사람과 다시 만날 날을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그 끝이 늘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린 언제나 결말을 알고 싶어합니다.

우리 인생에도 비디오 처럼 되감기와 빨리감기 버튼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되감기 버튼을 누르면 이미 지나간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고, 미래를 알고 싶으면 빨리감기 버튼을 누르면 되니까요. 하지만 우린 그 시간들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한치 앞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면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되돌릴 수 없는 추억의 아픔조차 감싸안아 버리는 영화 [연애소설]은 그동안 잊고 지내고 있던 추억 하나를 끄집어 내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당신의 눈가와 입가가 오랫동안 잊고 지낸 행동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들지요. 너무나 짧았기에. 소중했던 그 순간들..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값진 그 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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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2002, Lover's Conc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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