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다지 보수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내가
이런 미친 여자가 다 있는가란 생각을 역겨워했다.
베티는 뭐든지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여자다.
사랑을 할땐 한없이 그의 모든걸 아주 모든걸 다 원하고
화가 날땐 풀릴때까지 닥치는대로 까부순다.
마치 울고싶을때 울고, 싸고싶을때 싸는 아기처럼.
그런 아기를 달래고 안아주는 남자.
누군가는 감춰진 비밀속에 아기를 냉장고에 넣는 이 시대지만,
그의 사랑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아래처럼 깊기만 하다.
그를 그렇게 만든 건 베티의 사랑에 대한 열정이다.
아무튼 그런 사회에 적응못한듯한 이 정신나간 여자는
사랑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알고있다.
그 남자가 원하는 섹스에 열정적이며,
그 남자가 원하지 않는 책 출판일에도 열심이다.
그 남자를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 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을 다한다.
본능에 충실할뿐인 예측불허의 그녀.
행동은 추하지만 그런 사랑을 받는다는건 정말 행복일 것 같다.
1분1초를 1개월1년처럼 사랑하는 여자. 그게 베티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속옷바람으로 마을 한복판을 뛰어다녀도 그녀의 무언의 시위에
묵묵부답인 이 세상은 그녀에게 전혀 즐겁지 않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와 같은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CF멘트처럼 사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던 베티는
너무나도 상식밖의 행동인 자신의 눈을 자르는 짓을 저지른다.
고양이를 보며 말을 거는 조르그는 미친 것인지,
아니면 이때까지의 모든 것이 조르그 자신의 자서전이었는지는
모르나 그들의 전쟁같기만 한 핏빛의 파란 사랑은
조르그의 펜대 끝에서 계속해서 남아있을 것 같다.
과연 그녀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일까?
보는 내내 그런 질문을 해봤다.
이런 어리석은 궁금증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난 정말 아직 사랑을 모르는 것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