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삶의 이유를 찾은거니? 상실의 끝에서 찾은 삶의 이유! 상처 입은 그들의 투명한 슬픔이 치유되는 곳, 레퓨지라고 써 있어서 무스가 아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고 곱게 잘 키우는 내용일거라는 순진한 상상을 했더랬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상상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사실 이제 끝이야?라는 기분으로 엔딩 크레딧을 보며 나왔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 사랑이 남았다면, 그 남은 사랑을 잘 키워야 하는 거 아닐까? 혹 여자 아이가 아니라 루이를 닮은 남자 아이였다면 폴에게 양육 부담을 지우지 않고 스스로 키웠을까? 마약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과 같은 약(발륨이 섞인 헤로인 - 발륨이 뭔지 궁금해서 영화 끝나고 휴대폰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봤다는..)을 먹고 자신은 살고 루이는 죽었다는 죄책감을 씻은 파리에서 떠난 한적한 해변 마을. 그러나 그곳도 진정한 레퓨지는 아니었다. 쉬러 산책 간 해변에서는 아이에게 말을 걸어줘야 하고 잘 키워야 한다고 집요하게 잔소리하는 말라깽이 아줌마가 있고. 맥주 한 잔 마시고 있으니 임산부와의 섹스를 위해 접근하는 늙다리 아저씨가 있고. 폴을 통해서 위안을 얻고자 하나 그는 배달부 세르지와 잠시 동성애에 빠지고. 진정한 레퓨지를 못 찾았다가 폴이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이제서야 위안을 받았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뭐지? 출산 후 아이를 버리고 도망가는 그 모습이란. 정말 삶의 이유를 찾은 것일까?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