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작가 출신인 최진원 감독의 데뷔작인 <패밀리>의 공간적 배경은 "인천"이다. 목포에서 상경한 형제 깡패(김민종과 윤다훈)가 자유공원의 맥아더 장군 동상을 보면서 "형님은 이제 좀 쉬십쇼. 이제 인천은 우리가 접수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오프닝은 영화의 배경이 "인천"이라는 것을 유난히 강조한다. 그러나 사실 영화 속의 인천과 목포는 아무런 비중이 없다. 형제들이 활동하는 무대는 철저히 밤의 뒷골목이다. <고양이를 부탁해>나 <파이란>을 보고 인천의 우중충하면서도 왠지 모를 아늑한 느낌을 꿈꾸었을 관객들은 필시 여기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공간적 배경을 배제시키고 단순한 깡패영화로 넘어가면서 <패밀리>는 영화적 재미마저 포기하고 만다. 시트콤 [세친구]에서 보여주던 바람끼넘치고 까불까불하는 이미지를 재탕하는 윤다훈이나 눈만 부릅뜨고 있는 김민종, 거기에 황신혜까지 몸매를 과시하는데 열중해 있다. 게다가 조폭물에서 기대라도 해봄직한 호쾌한 액션장면조차 없으니 <패밀리>는 분명 재앙이다.
시트콤 작가 출신이라는 감독의 경력은 영화 내내 여지없이 드러난다. 영화속 유머의 호흡은 상당히 짧고 배우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거기다 김민종이 술에 약한 모습처럼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들이 분명한데도 뭔가 중요한 것처럼 관객을 기만할 때엔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화가 날 뿐이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점은 올해 서세원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네 발가락>이나 <긴급조치 19호> 수준의 타락은 막은 점이다. 비록 제 몫을 못했다 해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황신혜와 김민종은 더없이 반가웠기도 했고, 또한 이들이 망가진 것은 연출력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지 이들의 절대적인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극장을 나설 수 있어서 였다. 지난 해에도 <조폭 마누라>이후 한창 조폭물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이어졌는데 올해 앞으로 이어질 <보스 상륙작전>과 <가문의 영광>에는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심히 궁금해진다. 만일 지난해 <달마야 놀자>나 <두사부일체> 정도의 수준이라면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은 안 들거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