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래서 동료애도 느꼈고, 가슴이 찡했다. 이젠 Loser들의 생활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것도 어쩌면 진부하고 흔한 것이 되고만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문학작품과 그 후손이라 할 수 있는 영화는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믿음은 언제나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오늘을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래서 매번 재생되고 반복되는 내용이지만 모든 이들이 공감하는 내용은 다시 반복되고, 그리고 흥미롭고 감동을 준다. 3류 깡패와 직장을 잃고 방황하는 여자, 그들의 만남은 오늘날에도 결코 현실적이지도, 그리고 평범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영화를 진행시킨다. 세계가 다른 이들이 함께 이웃으로 산다는 것은 설사 공간적으로 가까이 있는 존재라 하더라도, 결코 만나고 접촉하고, 그리고 사귄다는 것은 그렇게 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만났다. 그들이 만난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갈 곳이 없어졌고, 버림받았고, 그런 사정이 이상하게도 그들을 하나로 묶는 연대감을 만들었고, 기이한 사건에 힘을 얻었지만 그들은 소위 연인으로 발전한다. 반지하방이란 공간에서 각자 방 하나씩을 얻게 된 그들은 절망이란 열매를 자양분으로 서로간의 서글픈 인생사를 느끼며, 서로 돕게 됐고, 상대를 위해 거짓된 모습이나마 보여주려 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위하게 된 것이다. 여자, 세진은 소위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취직 못하는 지방대학교 졸업생이고, 잠시나마 취직했지만 회사는 부도가 나고 만다. 그렇게 그녀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결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에 어떻든 도시란 공간에서 취직하고 계속 남고 싶은 그녀의 소망은, 그러나 현실이란 벽 앞에 무력하기만 하다. 결코 그녀는 반지하방에서라도 그런 꿈을 이루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지만 말이다. 그녀의 비현실적인 현실감을 비웃기 앞서 현실 속에서 꿈을 키우고 살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 무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유감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불쌍했다. 남자, 동철은 소위 생명이 다한 깡패다. 조직의 목적에 따라 소비되고 버려진 그는 명색이 깡패지만 사는 행색도 그랬고, 허탈한 위협이 일상인 그런 깡패일 뿐이다. 자신을 버린 조직이 약속했던 막연한 미래를 믿으며, 그는 하루하루를 그저 그런 생활로 소비하고 있다. 조직의 서열이 단순하게 나이 순으로만 인정받았을 뿐, 결코 조직의 후배로부터 능력도, 또한 권위도 인정받지 못한 그는 분명히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은 조직의 일원일 뿐이다. 조직을 위해 희생한 그를 위해 오직 조직의 동기만 신경을 써주었지만, 그 이유는 결코 순수할 수만은 없는 처지, 동철은 알지도 못하면서, 동시에 아는 것을 부정하고 살고 있었다. 어떤 방향으로든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것이니까. 여자, 세진과, 남자, 동철의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거렸고, 통념상 그런 그들이 좋은 관계를 맺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동화다. 사사건건 부딪힌 그들의 이야기를 즐거운 에피소드로 포장하며, 그들은 좋은 만남을 갖게 되고, 해피엔딩으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보이는 그들의 우울한 현실은 웃기지만 역시나 썼다. 그들의 과거는 언제나 그들의 우아한 결말에 대해 장애물로만 기능했고, 소위 영화의 긴장과 갈등을 전개시키는 원인이 됐다. 그 과정에서 버림받아야 할 상황이 또 한 번 전개될 때의 동철의 모습은 처량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했다. 한 번 버림받은 자들은 다시는 결코 정상으로 복원되지 못하는 모습을 느끼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었다. 정말 씁쓸한 인생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마지막에 그려진 행복한 그 모습들 말이다. 감독의 위로가 감사했고, 영화는 슬픔과 즐거움의 조화 속에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도, 그리고 행복하게도 했다. 무엇보다 88만원 세대들도, 그리고 사회의 음지에서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Loser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느끼게 했다. 행복이 대단한 성공을 통해 얻어지는 것보다 자신이 살고 있고, 그리고 자신들의 생활을 하고 있고, 그리고 자신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위로이고, 또한 행복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줬다. 영화의 마지막은 어떻든 가슴 편하게 해줬다. 영화는 그렇게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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